하네스 엔지니어링: 모델이 엔진이라면 나머지 전부가 공학입니다
7,000명이 모인 샌프란시스코 AI 엔지니어 월드페어 2026의 마지막 날, 무대의 주제는 하나로 모였습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로 다른 회사에서 온 연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정의에 도달했다는 점입니다. 에이전트에서 모델 부분을 빼내면, 남는 전부가 하네스라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날의 발표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 정리합니다. 핵심 주장은 단순합니다. 모델이 점점 강력한 엔진이 될수록, 지속되는 공학은 그 엔진 자체가 아니라 엔진을 감싸는 하네스로 옮겨갑니다. 모든 인용과 사례는 발표 기준이며, 일부는 발표사의 제품 소개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특정 종목의 투자 판단은 다루지 않습니다.
하네스란 무엇인가: 엔진과 자동차
한 연사의 비유가 이 주제를 가장 잘 압축합니다. 대형 언어 모델은 지난 몇 년 우리가 만든 지능 엔진, 말하자면 마력이 좋은 V8 엔진입니다. 그런데 엔진 하나로는 아무 데도 못 갑니다. 자동차가 되려면 섀시와 변속기, 구동계, 바퀴가 필요합니다. 그 전부가 있어야 비로소 어딘가로 데려다줍니다. 사람들이 하네스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 나머지입니다.
한 AWS 연사는 이를 더 날카롭게 정리했습니다. 하네스란 에이전트에서 모델 부분을 떼어내고 남는 모든 것이라는 것입니다. 잘 세팅된 엔지니어링 팀이 수십 년간 코딩 표준을 가졌듯, 이제는 하네스 표준을 갖습니다. 모두의 코딩 도우미에 배포하고 싶은 기억 사용법, 스킬, 도구와 MCP 서버, 문서 접근 방식 같은 것들입니다.
두 종류의 에이전트: 쓰는 것과 만드는 것
같은 연사는 에이전트를 두 종류로 나눴습니다. 우리가 쓰는 에이전트와 우리가 만드는 에이전트입니다.
우리가 쓰는 에이전트는 Claude Code나 Cursor, Kiro 같은 것입니다. 여기서 하네스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내 기계에 있는 코딩 도우미가 파일에 접근하고, 기억과 스킬, 도구와 MCP를 통해 문서 서비스에 연결되도록 엮는 일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에이전트는 다릅니다. 이것을 수천, 수만 사용자에게 대규모로 배포하려면 훨씬 많은 것을 관리해야 합니다. 루프를 어떻게 돌릴지, 스케일링과 결제, 기억, 정체성, 스킬, 런타임, 컨텍스트 관리를 어떻게 할지, 그리고 마지막에 말했지만 사실 가장 먼저 말했어야 할 관측과 평가를 어떻게 할지입니다. 이 모든 컴포넌트를 하나의 컨테이너에 몰아 담아 통째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을 따로 확장할 방법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진지한 얼굴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슬롭옵스(slop ops)를 경계했습니다. 과거 콘솔을 클릭해 배포하던 클릭옵스를 밀어냈듯, 에이전트에게 즉석에서 인프라를 띄우라고 시키는 대신 인프라를 코드로 짜게 해서 배포의 소유권을 사람이 계속 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DSPy: 태스크를 모델에서 분리하라
가장 구조적인 답은 스탠퍼드에서 나온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DSPy에서 나왔습니다. 발표의 요지는 태스크를 모델에서 분리하라는 것입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반복되는 AI 태스크에 입력과 출력의 계약(시그니처)을 고정하면, 그 안쪽 구현은 마음껏 바꿀 수 있습니다. 새 모델이 매주 나오고 새 기법이 쏟아져도, 그것들은 전부 구현 전술일 뿐이라 계약 안에 넣으면 됩니다. 태스크를 온전히 특정하려면 세 가지 언어가 필요하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무엇이 일어나야 하는가는 지시(자연어 명세), 무엇이 반드시 성립해야 하는가는 코드로 강제하는 제약(예를 들어 값이 0 미만이면 사람에게 넘기기), 그리고 무엇이 좋은 것인가는 평가입니다. 명세와 코드, 평가가 갖춰지면 목표가 완전히 특정되고, 그때 비로소 자동 최적화가 가능해집니다.
이 발표에서 가장 오래 남는 문장은 AGI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모델이 와도, 그 모델은 당신의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당신의 태스크를 어떻게 하는지, 당신의 컨텍스트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능과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아인슈타인에게 이메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이메일이 뭐냐고 되물을 것이라는 비유가 나왔습니다. 즉 마지막 구간의 학습, 특정 맥락을 익히는 일은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관찰은 본 블로그가 정리한 모델 지능은 범용화되지만 실행 능력은 지역화된다는 논지와 정확히 같습니다. 하네스는 바로 그 지역화된 실행을 담는 그릇입니다.
에이전트를 위한 새 원시명령: 등록
한 발표는 하네스의 빠진 조각을 짚었습니다. 발표사의 제품 제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하지만, 문제 정의 자체가 날카롭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오랜 격언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라"를 이제 "에이전트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라"로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에이전트가 새로운 소비자 계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어떤 서비스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면, 그것은 에이전트가 이메일 발송이나 코드 배포, 데이터 저장에 쓸 시스템으로 그 서비스를 골랐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지난 20~30년간 웹은 자동 트래픽을 나쁜 것으로 보고 막아 왔고, 로그인 박스와 캡차는 자동 등록을 차단하도록 굳어 있습니다. 좋은 에이전트는 들여보내고 나쁜 에이전트는 막는 새 방법이 없습니다.
발표자는 이 빠진 원시명령을 에이전트 등록이라 부르고, auth.md라는 오픈 스펙을 제안했습니다. 사람이 처음부터 개입하지 않아도 에이전트가 서비스에 스스로 가입해 정당한 사용자가 되게 하고, 사람은 나중에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그는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MCP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MCP는 연결하고 도구와 컨텍스트를 제공하지만 등록 단계를 풀지 못하고, 여전히 사람의 동의를 요구합니다. 그가 든 사례가 상징적입니다. 세일즈포스의 창업자는 우리의 API가 곧 UI라고 말하며 전체 플랫폼을 API와 MCP로 노출했습니다. 대시보드를 지우고 에이전트를 앞세운 것입니다. 등록과 정체성 역시 하네스의 일부라는 이야기입니다.
기억하는 공장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인도의 한 100인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데이터 과학 팀도, 별도 예산도 없이 회사 전체를 굴리는 에이전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발표자의 통찰은 이렇습니다. 밖에서 보면 이 회사는 기계와 금속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식입니다. 고객이 누구인지, 2019년에 무엇을 얼마에 견적 냈는지, 그 기계에 왜 그 이상한 개조가 필요했는지. 그런데 3대에 걸쳐 그 지식이 딱 세 사람의 머릿속에 살았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신입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경쟁자가 아니라 잊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나갈 때마다 회사의 뇌 한 조각이 함께 걸어 나갔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델을 학습시키지 않았습니다. 수백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회사의 사적인 역사, 견적과 도면과 결제 일정과 이메일을 잘게 쪼개 의미를 벡터와 관계로 저장했습니다. 공개된 인터넷이 아니라 우리의 인터넷이라고 그는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억에 생물학을 본뜬 몸을 주었습니다. 상대를 파악하는 감각, 문서를 사실로 소화하는 소화기관, 기억, 꿈 주기, 나쁜 정보를 걸러내는 면역계입니다. 진화가 이미 10억 년에 걸쳐 어떻게 시간이 지나도 일관성을 유지하는가를 풀었으니 숙제를 베꼈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가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억은 하네스의 핵심이고, 그 기억은 남이 못 베끼는 회사 고유의 것입니다.
왜 지금 하네스인가
세 발표를 겹쳐 놓으면 하나의 이유가 보입니다. 모델이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컨퍼런스 기간에도 새 프런티어 모델이 발표됐고, 한 연사는 프런티어 출시가 국가 안보 사건처럼 다뤄진다고 농담했습니다. 모델이 상품처럼 흔해질수록, 희소하고 지속되는 공학은 그 모델을 특정 업무에 안전하게 붙이는 하네스로 옮겨갑니다. 컨텍스트와 기억, 검증과 평가, 정체성과 오케스트레이션입니다.
이 흐름은 본 블로그가 이어서 다룬 여러 조각과 같은 그림입니다. 자율 업무 에이전트의 운영 구조에서 본 격리와 승인, 메모리 운영이 그렇고, 팔란티어가 말한 통제 레이어 역시 결국 모델 위에 얹는 하네스의 다른 이름입니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 출신으로 지금은 앤트로픽에 있는 마이크 크리거와의 대담, 그리고 와이콤비네이터의 개리 탄이 진행한 스타트업 배틀필드가 그날의 양 끝을 여몄는데, 두 자리 모두 같은 곳을 가리켰습니다. 모델은 흔해지고, 승부는 그 모델을 무엇으로 감싸느냐로 옮겨간다는 것입니다.
맺으며
엔진이 상품이 되면, 회사는 자동차입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낯선 말이 하루의 주제가 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모델을 빼고 남는 전부, 곧 기억과 도구, 컨텍스트, 정체성, 그리고 무엇보다 평가가 이제 진짜 공학의 자리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어떤 에이전트나 AI 제품을 볼 때 던질 질문도 바뀝니다. 어떤 모델을 쓰는가가 아니라, 그 모델을 무엇으로 감쌌는가입니다. 평가를 어떻게 하고, 기억을 어떻게 관리하고, 컨텍스트를 어떻게 지역화하는가. 스펙시트의 모델 이름이 아니라 하네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AI 엔지니어 월드페어 2026(2026년 7월,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웨스트)의 마지막 날 발표들. WorkOS의 에이전트 등록·auth.md 제안, AWS의 하네스 정의와 쓰는/만드는 에이전트 구분, 스탠퍼드발 DSPy의 명세·코드·평가, Machinecraft의 회사 기억 사례, 마이크 크리거(앤트로픽) 대담과 개리 탄(와이콤비네이터)의 스타트업 배틀필드를 종합했습니다. 모든 인용은 발표 기준이며 일부는 발표사의 제품 소개입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의 기술 분석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