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는 일을 끝내도 데이터를 남긴다: 씨게이트를 다시 보는 이유
AI에게 컴퓨터를 한 대씩 주면, 저장장치도 그만큼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뮤즈와 닷츠처럼 사용자의 작업 환경을 유지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가 등장하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메타는 9월 8일 뮤즈가 전용 가상 컴퓨터인 Muse Secure VM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픈AI도 9월 29일 닷츠를 공개하면서 각 에이전트에 자체 클라우드 컴퓨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 1 · 자료 2
이 변화는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만드는 씨게이트에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컴퓨터 한 대와 하드디스크 한 대를 일대일로 연결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칩니다.
씨게이트의 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에이전트의 숫자보다, 에이전트가 일하면서 만들어 놓고 버리지 않는 데이터의 양입니다. 그 데이터가 고객의 기존 저장장치 구매 계획을 넘어설 때 가격 협상력도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VM 에이전트가 씨게이트의 수요 기반과 높은 수익성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고 봅니다. 그러나 가격 상승폭까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주장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수요 증가, 가격 상승, 가격 상승의 가속은 서로 다른 현상입니다.
컴퓨터를 실행하는 저장장치와, 일을 마친 뒤의 저장장치
VM은 물리적인 서버 안에 만든 독립적인 컴퓨터 환경입니다. 사용자에게 전용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안의 파일이 어떤 종류의 저장장치에 놓이는지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운영체제와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작은 파일을 자주 읽고 쓰는 작업에는 빠른 응답이 중요합니다. 반면 완료된 결과물이나 대용량 원본을 오래 보관할 때는 용량당 비용이 중요해집니다. AWS의 저장장치 안내도 부팅·가상 데스크톱·작은 임의 입출력에는 SSD를, 대용량 순차 처리와 로그 처리 같은 작업에는 HDD를 구분해 제시합니다. 자료 3
| 에이전트의 작업 | 중요한 자원 | 씨게이트 수요로 보는 방식 |
|---|---|---|
| 운영체제·브라우저·프로그램 실행 | 메모리와 저지연 저장장치 | VM 수 증가를 HDD 수요로 바로 환산하지 않음 |
| 작업 중인 파일·빈번한 데이터 접근 | SSD 등 빠른 저장 계층 | 실행 단계와 후속 보관 단계를 구분 |
| 완료된 결과물·대용량 원본·백업 | 비용 효율적인 대용량 저장 계층 | HDD로 배치되는 실제 용량을 확인 |
| 재사용할 장기 문맥·계산 결과 | 메모리·SSD·HDD를 조합한 구조 | 추가 가능성이지만 적용 범위는 따로 검증 |
이 표는 저장 기능을 나눈 개념도입니다. 뮤즈나 닷츠의 실제 저장장치 구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지막 행의 계층형 구조는 뒤에서 다룰 씨게이트와 SK하이닉스의 연구를 참고했습니다.
백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컴퓨터를 백업한다고 해서 매일 전체 디스크를 새로 복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AWS EBS 스냅샷은 첫 백업 이후 변경된 블록만 추가로 저장합니다. 자료 4
따라서 에이전트 수 × 할당된 디스크 용량 × 백업 횟수는 실제 하드웨어 수요를 계산하는 적절한 식이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할당한 공간, 실제로 채운 공간, 중복 제거 후 남은 공간, 물리적인 데이터 보호에 쓰는 공간을 나눠야 합니다.
하루 종일 일하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는지가 중요합니다
에이전트가 매일 같은 메일함을 확인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회 횟수는 많아도 새로 보관할 정보가 짧은 요약문뿐이라면 저장 용량 증가는 작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상 제작 에이전트가 원본을 내려받고, 장면을 추출하고, 여러 버전을 만든 뒤 수정 이력까지 보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연구 에이전트가 실험 데이터를 정리하고 재분석을 반복하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이는 수요 경로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특정 서비스의 실제 보관량을 측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최종 답변은 한 장짜리 문서여도 그 문서를 만들기 위해 보관한 자료는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긴 작업을 수행했어도 중간 파일을 즉시 지우면 남는 데이터는 작습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질문이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업무가 얼마나 늘어나는가. 그 업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새 데이터를 만드는가. 그리고 그중 얼마를 얼마나 오래 보관하는가.
연산을 많이 하는 에이전트가 반드시 저장공간을 많이 쓰는 것은 아닙니다. 작업 종류와 보관 정책을 모르면, 사용량 증가를 저장장치 수요로 옮기는 과정에서 큰 오차가 생깁니다.
씨게이트 경영진도 이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7월 28일 실적발표에서 에이전트 AI에 따른 저장장치 수요를 묻자, 최고경영자는 필요한 문맥의 양이 응용 분야에 따라 달라지며 고객과 함께 이를 더 관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공급자 자신도 에이전트나 GPU의 숫자에 고정된 배수를 곱하는 모델을 제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자료 5
다시 계산하는 대신 저장한다는 선택
흥미로운 변화는 결과물 보관뿐 아니라 계산 과정의 재사용에서도 나타납니다.
언어모델은 앞서 처리한 문맥의 일부 계산 결과를 KV 캐시라는 형태로 저장합니다. 같은 문맥이 다시 필요할 때 이 정보를 재사용하면 앞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처리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캐시를 남겨 두려면 저장 용량이 필요합니다.
씨게이트는 6월 23일 공개한 기술 글에서 SK하이닉스와 함께 NVIDIA Dynamo를 이용해 SSD와 HDD를 조합한 KV 캐시 저장 구조를 시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주 필요한 문맥은 메모리 가까이에 두고, SSD가 빠른 접근을 맡으며, HDD가 대용량 보관을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자료 6
두 회사의 공동 기술 자료 역시 SSD는 지연시간에 민감한 작업에, HDD는 대용량 저장에 쓰는 구조를 제안합니다. 자료 7
이 접근의 경제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이미 수행한 계산을 다시 하는 비용보다 저장하고 불러오는 비용이 작다면, 일부 연산을 저장공간으로 대체할 유인이 생깁니다. 에이전트가 이전 작업을 자주 이어갈수록 비교해 볼 가치가 있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기술 검증과 대규모 매출은 다릅니다. 이 자료는 뮤즈나 닷츠가 해당 구조를 채택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모든 KV 캐시를 HDD로 옮겨도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실제 경제성은 재사용 빈도, 읽어오는 시간, 저장 기간과 시스템 구성에 달려 있습니다.
VM의 파일을 보관하는 문제와 모델을 서비스하는 서버의 KV 캐시를 보관하는 문제도 별개입니다. 둘을 합쳐 에이전트 하나당 저장 수요를 중복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1억 개 에이전트가 생기면 얼마나 필요할까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단순한 민감도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아래 숫자는 시장 전망이나 실제 이용 통계가 아니라 가정입니다.
1년 내내 매일 1억 개의 에이전트가 활동한다고 놓겠습니다. 하루 신규 보관량은 중복 제거와 압축, 버릴 자료의 삭제를 거친 뒤의 논리적 용량입니다. 그중 60%를 HDD 계층에 두고, 복제·데이터 보호를 위한 물리 저장 배수는 1.5배로 가정합니다. 이렇게 남긴 자료는 연말까지 삭제하지 않습니다.
| 에이전트 하나당 하루 신규 보관량 | 1년 동안 쌓이는 추가 HDD 물리 용량 |
|---|---|
| 100MB | 3.3EB |
| 1GB | 32.9EB |
| 5GB | 164.3EB |
1EB는 십진 기준 10억GB입니다. 하루 1GB를 남기는 경우의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1억 개 × 1GB × 365일 × 60% × 1.5배 = 328.5억GB = 32.85EB
표는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습니다. 같은 사용자 수라도 하루 순보관량을 100MB에서 5GB로 바꾸면 필요한 용량은 50배가 됩니다. 에이전트의 가입자 수만 알아서는 저장시장 규모를 좁히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비교 기준으로 씨게이트가 공개한 FY2026 분기별 니어라인 출하량은 159·165·175·195EB로, 합계 694EB입니다. 니어라인은 데이터센터의 대용량 저장에 쓰이는 제품군입니다. 위 32.85EB는 이 연간 출하량의 약 4.7%에 해당합니다. 자료 8, 6쪽
단, 이는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비교입니다. 시나리오는 시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추가 보관 용량이고, 694EB는 한 기업의 연간 출하량입니다. 추가 수요가 전부 씨게이트로 가거나, 그만큼 당장 새 드라이브를 주문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고객의 기존 여유 공간과 공급자별 점유율, 장비 교체 수요는 계산에 넣지 않았습니다.
보관 기간을 바꾸면 결과는 더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1억 개 에이전트가 하루 1GB씩 만들되 30일이 지나면 지운다면, 일정한 이용 규모에서 보관 용량은 약 2.7EB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1억 × 1GB × 30일 × 60% × 1.5배의 결과입니다. 이용량이 그대로라면 매년 32.9EB씩 끝없이 추가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과, 시점별로 쌓여 있는 데이터의 양을 나누는 것이 먼저입니다.
수요가 늘어도 가격 상승이 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씨게이트의 실적 개선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7월 28일 발표한 FY2026 4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36억2,900만 달러, 일반회계기준 매출총이익률은 52.3%였습니다. 전년 같은 분기의 이익률은 37.4%였습니다. 해당 분기의 종료일은 7월 3일입니다. 자료 9
또 회사는 당시 니어라인 공급 용량의 대부분이 2028년까지 배정됐고, 일부 고객은 더 긴 계획 기간을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수급 가시성이지, 모든 물량의 가격과 이익이 취소 불가능하게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료 8, 4쪽
이런 상황에서 예상 밖의 추가 저장 수요가 들어오면, 여유 물량의 가치가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7월 실적발표에서 경영진은 생산 개선으로 확보한 추가 용량에 대해 고객이 기존 계약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우를 설명했습니다. 자료 5
에이전트가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경로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 계획을 초과한 보관 수요가 발생하고, 고객이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 경쟁하며, 그 수요가 신규 계약의 용량당 가격으로 확인되는 경우입니다.
중요한 단어는 ‘초과’입니다. 고객이 이미 에이전트 확산을 예상해 주문했다면, 예상대로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수요 충격이 아닙니다. 이미 배정한 물량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뿐일 수 있습니다.
가격을 읽는 단위도 주의해야 합니다. 20TB 제품 대신 30TB 제품을 팔아 드라이브 한 대당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같은 1TB를 공급하고 받는 가격까지 오른 것은 아닙니다. 저장 용량 기준으로 쓰면 해당 제품군의 매출은 출하 TB × TB당 실현가격으로 나뉩니다.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이 높아지는 것 역시 동일 제품의 전분기 대비 인상폭이 커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교 시점의 가격, 제품 구성, 고객별 계약 갱신 시점이 영향을 줍니다. 씨게이트 경영진도 제품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동일 조건의 가격 비교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료 5
그리고 7월에 확인한 실적과 가격을 9월에 공개된 서비스의 성과로 소급해서는 안 됩니다. 출시를 준비한 선행 투자는 있었을 수 있지만, 공개 자료에서 서비스별 기여분은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공급도 같은 단위로 봐야 합니다
수요 측에 에이전트가 있다면, 공급 측에는 증설과 고밀도화가 있습니다.
도시바는 10월 2일 자체 발표에서 필리핀 라구나 테크노파크 시설의 확장된 니어라인 HDD 생산라인에서 첫 출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공급 확대를 막연한 먼 미래의 가능성으로만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발표만으로 고객별 추가 납품 용량과 전체 시장의 수급 영향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료 10
씨게이트 자체의 기술 진보도 공급을 늘립니다. 회사는 7월 자료에서 더 높은 기록 밀도를 지향하는 Mozaic 4+ 제품을 주요 클라우드 고객 대상으로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료 8, 4쪽
같은 수의 드라이브를 만들어도 한 대에 담는 용량이 늘면 시장에 공급되는 EB는 증가합니다. 고밀도화는 씨게이트의 경쟁력인 동시에 시장의 저장 용량 공급을 늘리는 요인입니다. 가격이 안정돼도 용량당 원가가 더 빠르게 내려가면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점도 별개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비교할 것은 에이전트 수와 HDD 공장 수가 아닙니다. 추가로 보관해야 할 물리 용량과, 고객 인증을 거쳐 실제 납품할 수 있는 물리 용량이 각각 얼마나 늘어나는지입니다. 여기에 고객의 재고와 기존 여유 공간, 계약 갱신 시점을 함께 놓아야 합니다.
VC가 봐야 할 것은 사용자 증가 이후의 비용 구조입니다
에이전트 기업을 볼 때도 같은 질문이 유효합니다. 사용자가 늘었다는 사실에 더해, 사용자 한 명이 실제로 완료하는 업무가 얼마나 늘었는지, 업무 한 건이 남기는 데이터는 얼마인지, 그 자료를 언제 지우고 얼마나 다시 쓰는지 봐야 합니다.
이것은 비용 문제이면서 제품 문제입니다. 이전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재작업을 줄이고 결과의 신뢰성을 높인다면 저장비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거의 다시 보지 않는 중간 파일을 무기한 쌓아 두면, 저장량 증가가 좋은 제품의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보관량 자체보다 그 데이터를 남겨 두는 경제적 이유입니다. 고객이 반복해서 사용하는 결과물과 검증 기록인지, 더 싸게 다시 만들 수 있는 임시 파일인지에 따라 필요한 저장 구조와 사업의 수익성이 달라집니다.
씨게이트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고객이 기존 계획보다 더 많은 EB를 주문하는지, 제품 구성 효과를 구분해도 신규 계약의 용량당 가격이 강한지, 그리고 그 수요가 공급 확대를 계속 웃도는지입니다.
에이전트의 확산은 씨게이트의 수요 지속성과 가격 방어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격이 계속 더 빠르게 오른다’보다 ‘높은 수요와 수익성이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남긴 데이터가 실제 저장장치 주문으로 바뀌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 연결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용자의 증가를 씨게이트의 추가 매출로, 추가 매출을 다시 가격 급등으로 건너뛰어 계산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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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확인일은 2026년 10월 3일입니다. 서비스 구조는 각 개발사의 공식 발표, 재무 수치는 씨게이트의 7월 28일 실적발표와 보충 자료, 가격 관련 발언은 같은 날 실적발표 전사본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기술 검증을 서비스별 상용 채택으로 간주하지 않았으며, 용량 계산은 실제 이용량·점유율·보관 정책을 측정한 전망이 아닙니다. 이 글은 산업과 사업 구조에 대한 분석이며 특정 증권의 거래를 권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