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쓰고, 투자합니다: 제가 AI를 세 개의 눈으로 보려는 이유
이 창구를 운영하다 보면, 창업자분들이 가끔 속으로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분이 우리 기술을 이해하실까, 시장을 이해하실까, 아니면 숫자만 보실까.” 그래서 오늘은 제가 어떤 투자자가 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게 창업자분께 어떤 의미인지를 솔직하게 적어 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AI라는 큰 변화를 만드는 눈, 쓰는 눈, 투자하는 눈 세 가지로 한꺼번에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기술과 사업과 자본 시장의 논리를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묶음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한 줄 요약
- 저는 AI를 세 개의 눈으로 봅니다. 직접 만들어 보고(개발자), 매일 써 보고(쓰는 사람), 그리고 투자합니다(공개시장과 비상장 모두).
- 기술·사업·자본 중 하나만 보면 반쪽입니다. 셋이 만나는 곳에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창업자분께는, 기술도 시장도 자본의 길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1. AI를 세 개의 눈으로 봅니다
첫째, 만드는 눈입니다. 저는 제 일을 돕는 도구와 공간을 직접 만들어 씁니다. 이 블로그의 글을 다듬고 발행하는 자동화도, 제 투자 메모를 쌓아 가설로 키우는 개인 시스템(저는 이걸 ‘thesis OS’라고 부릅니다)도, 한국 증시의 흐름과 종목을 여러 언어로 정리해 해외 투자자에게 전하는 리서치 공간 Korea Invest Insights도 직접 운영합니다. 직접 만들어 보면, 어디까지가 진짜 되고 어디서부터가 데모인지 결이 보입니다.
둘째, 쓰는 눈입니다. 저는 AI를 매일 업무에 씁니다. 리서치를 더 빠르게 하고, 더 넓게 비교하고, 제 생각의 반례를 찾는 데 씁니다. 써 보면 ‘좋아 보이는 것’과 ‘실제로 일을 덜어 주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됩니다.
셋째, 투자하는 눈입니다. 이 눈은 다시 둘로 나뉩니다. 공개시장(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에서는 가격과 수급, 회수 가능한 판단을 매일 시장에 검증받습니다. 비상장(아직 상장 전 회사, 제 본업인 벤처캐피털 영역)에서는 창업자와 제품, 고객, 산업 초기의 미세한 신호를 가까이에서 봅니다.
2. 기술·사업·자본을 한 묶음으로 봅니다
AI 회사를 볼 때, 저는 이 셋을 따로 보지 않으려 합니다. 하나만 보면 꼭 한쪽으로 기울기 때문입니다.
- 기술만 보면, 멋지지만 돈을 못 버는 데모에 설렙니다.
- 사업만 보면, 진입장벽 없는 좋은 매출에 속습니다.
- 자본 시장만 보면, 실체 없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게임에 휘말립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의 결, 사업의 단위경제(한 건당 정말 남는가), 자본 시장의 언어를 모두 익히려고 꽤 애를 씁니다. 어느 하나라도 모르면, 창업자분과의 대화가 반쪽이 되기 때문입니다.
3. 한국·미국, 상장·비상장을 연결합니다
저는 투자 운동장을 네 칸으로 봅니다. 한국과 미국, 상장과 비상장입니다. 중요한 건 이 칸들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 미국 상장 AI 인프라가 강해지면, 한국 반도체·부품·장비와 비상장 딜의 논리가 바뀝니다.
- 한국 비상장 현장에서 만난 창업자와 제품 신호는, 상장 시장의 과열과 진짜 도입을 구분하는 감각을 줍니다.
- 한국 상장 시장의 수급과 정책은, 비상장 회사의 회수(상장·매각) 가능성과 밸류 눈높이에 영향을 줍니다.
한 칸의 신호를 다른 칸의 가설을 검증하는 데 쓰는 것, 즉 서로 다른 시장의 신호를 번역하는 일이 제가 기르려는 능력입니다. 각 칸을 억지로 하나로 합치지는 않습니다. 시간축도, 유동성도, 리스크도 다르니까요. 다만 서로에게 더 좋은 질문을 공급하게 하려 합니다.
4. AI는 ‘더 많은 확신’이 아니라 ‘더 엄격한 검증’을 위한 지렛대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저에게 AI는 더 많은 확신을 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AI는 제가 더 빠르게 보고, 더 넓게 비교하고, 제 생각의 반례를 더 엄격하게 찾게 해주는 지렛대(적은 힘으로 더 멀리 보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AI가 내놓은 판단을 결론처럼 받지 않습니다. 그건 더 많은 후보와 반례를 만드는 재료일 뿐이고, 마지막 결정은 제 관점과 책임을 통과해야 합니다. 더 넓게 보는 만큼 더 엄격하게 검증하는 것, 이게 제가 AI를 쓰는 방식입니다.
5. 그래서, 창업자분께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기술도, 시장도, 자본의 길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 기술 이야기를 할 때, ‘잘 모르니 넘어가죠’라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써 본 사람으로서 묻겠습니다.
- 사업 이야기를 할 때, 멋진 비전보다 ‘누가, 왜, 얼마에 쓰는가’를 같이 보겠습니다.
- 자본 이야기를 할 때, 지금의 밸류가 어떤 미래를 미리 반영한 값인지, 그게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인지 같이 따져 보겠습니다.
완벽하게 안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씀드리되, 빠르게 배우고 끝까지 검증하겠다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저는 만들고, 쓰고, 투자하는 세 개의 눈으로 AI를 보려 합니다. 한국과 미국, 상장과 비상장을 따로 보지 않고 그 사이의 신호를 번역하려 합니다. 더 넓게 보는 만큼 더 엄격하게 검증하고, 더 큰 책임을 지는 투자자로 자라고 싶습니다. 물론 이건 다 이뤘다는 선언이 아니라, 제가 매일 연습하고 있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혹시 그런 회사를 만들고 계시다면, 자료를 보내주세요. 제가 직접 봅니다.
이 글은 제 투자 철학과 일하는 방식을 공유한 글이며, 특정 회사나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