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못 구하는 것보다 무서운 건 13퍼센트라는 숫자입니다
Conviction의 Sarah Guo가 Invest Like the Best 489회에서 밝힌 숫자 하나가 눈에 걸렸습니다. 새 회사를 주당 4~6개 봅니다. 예전 회사에서 첫 두 달에 500개를 봤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안 보는 수준입니다. 남는 시간의 3분의 2는 이미 투자한 회사에 씁니다.
벤처투자는 많이 보고 잘 고르는 일이라고 배웁니다. 그 반대로 하고 있는 셈인데, 이유를 따라가면 전력망 이야기가 나옵니다.
큐에 들어간 물량의 13퍼센트만 전기가 됩니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2026년 7월 1일 발표한 Queued Up 보고서의 숫자입니다.
2025년 말 기준 미국 전력망 상호접속 대기열의 활성 용량은 2,061기가와트입니다. 2024년 대비 10퍼센트 줄었습니다. 줄었다는 사실만 보면 병목이 풀린 것 같지만, 감소분의 정체는 2025년 한 해에 철회된 750기가와트 초과 물량입니다. 신청했다가 포기한 겁니다.
더 중요한 숫자는 이쪽입니다. 2000년부터 2020년 사이에 신청된 물량 중 실제로 상업운전에 도달한 비율은 용량 기준 13퍼센트입니다. 75퍼센트는 철회됐습니다. 접속계약(IA)을 이미 체결한 뒤에도 철회율이 40퍼센트를 넘습니다. 신청에서 접속계약까지 중위 3년 초과, 신청에서 상업운전까지 중위 5년 초과입니다.
기술별로 보면 방향이 하나로 몰립니다. 가스가 253기가와트로 전년 대비 86퍼센트 늘었고, 태양광은 19퍼센트, 저장은 16퍼센트, 풍력은 19퍼센트 줄었습니다. 대기열에서 늘고 있는 유일한 기술이 가스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해도 전기가 오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컨스텔레이션의 크레인 클린에너지센터 계약이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스리마일아일랜드 1호기를 되살려 약 835메가와트를 20년 공급받는 계약이고, 2024년 9월 20일 SEC 공시로 확정됐습니다. 컨스텔레이션 사상 최대 전력구매계약입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현재 상황은 이렇습니다. 재가동 목표는 2027년 하반기입니다. 그리고 PJM이 요구한 765킬로볼트·500킬로볼트 송전 보강 완료 예정이 2030년 12월입니다. 그때까지는 발전한 전기를 계통으로 온전히 내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FERC가 예외를 승인해 에디스톤 발전소의 접속권리 760메가와트를 크레인으로 옮기는 우회로를 열어 줬습니다.
계약은 2024년, 발전은 2027년, 송전은 2030년입니다. 소형모듈원자로 쪽은 더 뒤입니다. 구글과 카이로스파워, TVA의 헤르메스 2는 최대 50메가와트이고 가동 예정이 2030년입니다. 아마존과 엑스에너지의 캐스케이드는 회사 공식 표현이 착공 이번 10년 말, 가동 2030년대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로 데이터센터와 소형모듈원자로의 조건부 오프테이크 파이프라인은 2024년 말 25기가와트에서 현재 45기가와트로 늘었습니다. 파이프라인은 두 배 가까이 커졌는데, 그 안의 물량이 실제 전기가 되는 시점은 대부분 2030년 이후입니다.
장비 쪽도 같습니다. GE 버노바의 가스 장비 백로그와 슬롯 예약 합계는 2026년 2분기에 116기가와트이고, 연말까지 125기가와트를 넘길 전망입니다. 생산능력은 2026년 3분기 연 20기가와트에서 2030년 30기가와트를 목표로 합니다. CEO 스콧 스트라직에 따르면 지금 받고 있는 예약은 2031년 인도분입니다. 실효 리드타임이 5년입니다. 변압기는 우드매켄지 조사 기준 128주, 발전기 승압변압기는 143~144주로 알려져 있습니다(2차 인용이라 원문 확인은 못 했습니다).
한국은 13퍼센트가 아니라 2퍼센트입니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 보고서가 2026년 7월 말 공개한 숫자입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 290건 중 195건(67퍼센트)이 수도권이었고, 계통 접속이 가능한 사업은 4건, 2퍼센트였습니다. 서울의 전력자립률은 약 12퍼센트입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쪽 숫자도 같은 방향입니다. 2024년 8월 1일부터 2026년 3월 27일까지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중 71퍼센트인 522건이 수도권이었고, 수도권 본심사 탈락률은 58.3퍼센트였습니다. 서울은 단 1건만 통과했습니다. 비수도권은 29건 중 26건, 89.7퍼센트가 통과했습니다. 참고로 이 심사는 법정 고시 없이 2년째 시범 운영 중입니다.
정부는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규모를 18.4기가와트까지 늘리겠다고 합니다. 계통이 2퍼센트만 받아 주는 상태에서 나온 목표입니다. 그래서 AIDC 특별법이 2026년 3월 24일 국회 과방위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비수도권 AIDC에 한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직접 전력구매계약 특례를 줍니다. 본회의 통과일과 시행일은 신뢰할 만한 출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대기열이 길어서 13퍼센트이고, 한국은 수도권이 포화라서 2퍼센트입니다. 원인은 다른데 창업자가 겪는 일은 같습니다. 사업계획서의 전력 조달 항목이 사실상 미정입니다.
반대는 인허가보다 앞에 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워치가 집계한 2026년 1분기 수치는 최소 75개 프로젝트, 약 1,300억 달러 규모가 지역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됐다는 것입니다. 2025년 연간 전체와 비슷한 규모가 3개월 만에 발생했습니다. 2026년 첫 6주에만 주 단위 데이터센터 법안이 300건 넘게 발의됐고 14개 주에서 주 전역 모라토리엄이 제안됐습니다. 메인주는 미국 최초의 주 전역 금지를 하원 1표 차로 비켰습니다.
카본디렉트 집계로는 2024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20개 주 46개 프로젝트, 1,700억 달러가 지역 반대 이후 공개적으로 지연되거나 취소됐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전력이나 물 부족이 아니라 투명성 결여였습니다. 선출직이 비밀유지계약에 서명했는지, 소유구조가 무엇인지, 물과 전력 영향이 공개됐는지가 걸렸습니다.
카본디렉트의 그랜트 구티에레즈가 남긴 한 문장이 정확합니다. 공식 인허가가 시작될 무렵이면 프로젝트의 정치적 운명은 이미 대체로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실사에서 인허가 진행률만 보면 이미 늦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당 4~6개입니다
Sarah Guo의 접근을 이 맥락에 놓으면 다르게 읽힙니다.
그가 말한 250명 이론은 AI 프론티어를 실제로 밀고 있는 사람이 약 250명이고, 그들을 전부 알아서 자본이 필요해지기 전에 만나는 것이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볼륨 소싱이 아니라 관계 밀도입니다. 그리고 테제를 만드는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고객 페인포인트에서 역산하지 않고, 모델이 지금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에 구조적으로 맞는 워크플로와 직군을 먼저 특정한 다음 같은 믿음을 가진 창업자를 찾습니다. 법률이 대표 사례였습니다. 법은 구조화된 언어라는 것이 근거였습니다.
페디그리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가 한 말은 이렇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판단력에 대해 의견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많은 사람이 아무 직관 없이 대규모 연구 베팅을 하고 있다, 다 잘될 리가 없다.
이 문장은 창업자 이력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력을 근거로 쓰려면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검토 수를 줄여야 한다는 순서입니다. 주당 4~6개는 게으름이 아니라 그 순서의 결과입니다.
그가 반도체에 대한 통념도 뒤집었습니다. 반도체는 벤처로 투자하기 끔찍한 사업이라는 오래된 판단을 폐기했는데, 이유는 기술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의 수요가 집중됐고 공급망 독립 동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시장 구조가 바뀌면 자산 무거운 사업도 벤처 대상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컴퓨트 독립을 말하면서 인용한 하이퍼스케일러 인프라 총괄의 말이 이 글 전체를 요약합니다. 2030년 전에 충분한 규모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게 우울하다는 겁니다.
실사 항목이 바뀝니다
AI 인프라와 관련된 회사를 볼 때 확인할 것이 소프트웨어 회사와 달라집니다. 아래는 위 자료들에서 그대로 도출되는 질문입니다.
- 전력 조달이 계약 단계인가 접속 단계인가. 전력구매계약 체결과 계통 접속은 다른 사건입니다. 크레인 사례가 보여 준 것처럼 6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 접속계약을 이미 받았는가. 받았어도 40퍼센트 넘게 철회됩니다. 받지 않았다면 13퍼센트 쪽 확률로 봐야 합니다.
- 장비 슬롯을 언제 예약했는가. 가스터빈은 지금 예약하면 2031년입니다. 변압기도 2년 이상입니다. 예약 시점이 곧 가동 시점을 결정합니다.
- 지역 여론이 어디까지 왔는가. 인허가 서류보다 먼저 봐야 합니다. 반대 조직은 49개 주에 있고 1분기에만 두 배로 늘었습니다.
- 한국이면 수도권인가 비수도권인가. 수도권은 통과율이 41.7퍼센트, 비수도권은 89.7퍼센트입니다. AIDC 특별법이 시행되면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 공급망에 단일 소스가 몇 개 걸려 있는가. TSMC는 2026년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 72.3퍼센트입니다(전체 기준, 순수 파운드리 기준으로는 67.6퍼센트라는 별도 수치가 함께 유통되므로 어느 정의인지 밝히고 써야 합니다). EUV 노광기는 ASML 단독이고, 그 광학계는 자이스 단독입니다. 단일점이 이중으로 걸려 있습니다.
부족한 게 전기라면 회사를 고르는 방법도 바뀌어야 합니다. 2027년의 병목은 칩이 아니라 전기에서 전력 부족 자체를 다뤘고, 여기서는 그 부족이 실사 항목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봤습니다.
남는 질문
숫자를 다 모아 놓고 보면 한 가지가 걸립니다. 전력, 인허가, 장비 리드타임, 지역 여론은 모두 소프트웨어 투자자가 훈련받지 않은 영역입니다. 그런데 지금 AI 인프라 딜의 성패는 대부분 그쪽에서 갈립니다.
Sarah Guo가 스택의 어느 레이어가 이길지 논쟁하는 건 자기에게 유용하지 않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대신 쓰겠다고 한 에너지는 이겁니다. 1퍼센트가 왔다면 다음 99퍼센트의 확산이 어디로 가는가.
확산 경로를 물으면 답이 전기와 인허가로 돌아옵니다. 레이어 논쟁으로는 거기 닿지 못합니다.
출처 노트: LBNL Queued Up(2026년 7월 1일), IEA Key Questions on Energy and AI(2026년, 정확한 발표일 미확인), GE Vernova 2026년 2분기 실적(2026년 7월 22일), Data Center Watch Q1 2026, Carbon Direct 리포트(2026년 7월 31일), 한국전력 경영연구원 보고서(2026년 7월 28일 보도), 머니투데이 전력계통영향평가 보도(2026년 5월 19일), TrendForce 파운드리 점유율(2026년 6월 12일). Sarah Guo 발언은 Invest Like the Best EP.489(2026년 9월 1일) 기준이며, 공식 트랜스크립트가 아니라 서드파티 정리본을 확인했습니다. 변압기 리드타임, AIDC 특별법 시행일, 2026년 HBM 업체별 점유율은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