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믹스 AI의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인과 데이터를 다시 만드는 공장입니다
오믹스 AI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은 단백질 구조 예측 이후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질문이 "이 분자는 어떻게 생겼는가"에서 "이 DNA 변화가 특정 환자군의 특정 세포 상태를 어떻게 바꾸며, 그 상태를 다시 되돌릴 방법은 무엇인가"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은 세 층으로 나뉩니다. 유전체 언어 모델은 서열에서 조절 신호를 읽습니다. 가상세포는 유전자·약물·환경 교란 뒤 세포 상태가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합니다. 합성 인핸서는 원하는 세포에서만 작동하는 조절 DNA를 설계합니다. 읽기, 예측, 쓰기입니다.
세 층 모두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하나의 만능 생물학 모델의 도래로 읽으면 지나칩니다. 현재 병목은 모델 파라미터나 공개 논문의 수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세포·조직·유전적 배경에서, 무엇을 바꿨고 어떤 결과가 났는지를 같은 기준으로 기록한 인과 데이터와 그 예측을 다시 실험으로 돌려보내는 공정입니다. 이 공정이 없는 AI는 정교한 상관관계 생성기에 머뭅니다.
이 글은 공개된 연구와 기관 자료를 기준으로 기술의 현재 위치를 다룹니다. 특정 기업이나 종목의 투자판단은 다루지 않습니다.
양적유전학이 남긴 빈칸은 연관에서 기전으로 가는 거리입니다
양적유전학은 복잡한 형질을 수많은 유전변이의 작은 효과가 합쳐진 결과로 봅니다. GWAS는 질환 위험과 연관된 위치를 대규모로 찾았고, eQTL은 유전변이와 유전자 발현의 연결을 넓혔습니다. 이 성과 덕분에 "어디를 볼지"는 훨씬 잘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연관은 기전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질환 연관 변이는 단백질을 직접 바꾸지 않는 비암호화 영역에 있고, 같은 변이도 세포 유형·분화 단계·염증·약물 노출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 변이가 어느 유전자의 발현을 바꾸는지, 그 변화가 어떤 세포 상태와 표현형으로 이어지는지는 관찰 데이터만으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거리를 세 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 문제로 나누면 현재 기술의 위치가 보입니다.
- 서열 문제: 한 염기 차이가 염색질·전사인자 결합·스플라이싱·유전자 발현에 어떤 차이를 내는가
- 상태 전이 문제: 그 분자 변화가 세포의 증식·분화·면역 반응·약물 반응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 설계 문제: 원하는 상태 전이에 필요한 조절 요소나 개입을 실제로 만들 수 있는가
양적유전학이 첫 번째 문제의 후보 좌표를 제공했다면, 오믹스 AI는 이 세 문제를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다만 첫 번째에서 세 번째로 갈수록 관찰 데이터보다 값비싼 개입 데이터와 실험 검증의 비중이 커집니다.
유전체 언어 모델은 비암호화 DNA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Google DeepMind의 AlphaGenome은 최대 100만 염기의 DNA 서열을 입력받아 유전자 발현, 염색질 접근성, 전사인자 결합, 스플라이싱, 3차원 염색질 접촉 등 여러 조절 신호를 염기 단위 해상도로 예측합니다. DeepMind 발표 기준으로 단일 서열 예측 24개 평가 중 22개에서 기존 전문 모델을 앞섰고, 변이의 조절 효과 평가 26개 중 24개에서 최고 성능과 같거나 높았습니다. 2026년 1월에는 연구 결과가 Nature에 출판됐습니다.
핵심은 단일 점수보다 서로 다른 조절 모달리티를 한 서열 문맥 안에서 연결한다는 데 있습니다. 기존에는 발현, 접근성, 스플라이싱, 3차원 접촉을 각각의 모델로 호출해야 했습니다. AlphaGenome은 변이 전후의 예측을 비교해 한 번에 여러 분자 결과를 가설로 냅니다. 단백질 암호화 구간이 전체 인간 유전체의 약 2%인 만큼, 비암호화 영역의 질환 변이를 해석하려는 연구에서 특히 의미가 큽니다.
Arc Institute와 NVIDIA의 Evo 2는 다른 방향의 유전체 언어 모델입니다. 2025년 2월 공개됐고 2026년 Nature에 출판됐습니다. 공개 자료 기준 128,000개 이상 완전 유전체와 메타게놈을 포함한 9.3조 개 이상의 뉴클레오타이드로 학습했으며, 최대 100만 뉴클레오타이드의 문맥을 다룹니다. 사람 유전체의 변이 해석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종의 DNA·RNA 설계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Arc가 공개한 박테리오파지 사례에서는 285개 후보 가운데 16개가 전파와 표적 세균 성장 억제를 보였습니다. 이는 작은 유전체에서의 실험 검증된 개념증명이지, 복잡한 인간 치료 설계를 해결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모델은 양적유전학의 연관 신호를 기능 가설로 바꾸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 단계를 치료 인과성으로 바로 번역할 수는 없습니다. AlphaGenome도 개인 유전체 예측이나 복잡질환의 발병 예측을 위해 검증된 모델이 아니며, 멀리 떨어진 조절 요소와 세포·조직 특이성은 여전히 과제로 명시합니다. Evo 2 역시 진화적으로 반복된 서열의 문법에는 강하지만, 특정 환자의 조직 환경과 시간에 따른 반응을 서열만으로 완결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투자 관점의 구분은 명확합니다. 유전체 언어 모델의 산출물은 결론이 아니라 실험의 우선순위입니다. 어느 변이, 어느 조절 요소, 어느 세포 유형을 먼저 검증할지를 줄여주는 것이 현재의 경제적 가치입니다.
가상세포는 상관관계가 아니라 개입의 결과를 배우려 합니다
가상세포는 "이 세포가 무엇처럼 보이는가"보다 "이 유전자를 억제하거나 이 약물을 처리하면 어디로 이동하는가"를 예측하려 합니다. 관찰 단일세포 데이터가 아무리 커도 인과관계를 배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세포를 처리 전과 처리 후에 동시에 관찰할 수 없고, 세포주기·배치·배양 조건·유전 배경이 처리 효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Arc Institute의 STATE는 이 문제의 현재 기준점을 보여줍니다. 2025년 6월 공개된 이 모델은 약 1억 7,000만 개 관찰 세포와 70개 세포 맥락의 1억 개 이상 교란 세포로 학습됐습니다. 유전적·화학적·사이토카인 교란 뒤 전사체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며, Arc 발표 기준 Tahoe-100M 벤치마크에서 기존 방법 대비 교란 효과 구분 성능이 50% 개선되고 실제 차등발현 유전자 식별 정확도는 두 배가 됐습니다. 이 수치는 모델 개발기관의 발표이므로 외부 재현과 맹검 평가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신호는 Arc가 모델과 함께 데이터·평가를 동시에 만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Virtual Cell Atlas는 관찰·교란 데이터를 합쳐 6억 개 이상의 세포를 모았다고 밝힙니다. Tahoe-100M은 50개 암 모델에서 1,100개 이상 약물 처리, 약 6만 개 실험으로 1억 개 세포의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2026 Virtual Cell Challenge는 아예 새 학습세트를 제공하지 않고, 서로 다른 조직 유래 여섯 세포주에서 보지 못한 CRISPRi 녹다운 반응을 예측하게 설계했습니다. 모델이 익숙한 세포주에서 설명력을 보이는지보다, 새로운 세포 맥락에서 교란 결과를 맞히는지를 보겠다는 뜻입니다.
가상세포의 병목은 데이터 양만이 아닙니다.
| 병목 | 왜 어려운가 | 신뢰할 수 있는 진전의 증거 |
|---|---|---|
| 세포 맥락 | 같은 유전자 교란도 세포 유형·분화 단계·유전 배경에 따라 다릅니다 | 미관측 세포 유형과 환자 유래 샘플에서의 외부 검증 |
| 교란의 조합 | 두 유전자·약물·용량·시간을 조합하면 공간이 폭발합니다 | 단일 교란 학습 뒤 조합·순차 개입을 전향적으로 맞힌 결과 |
| 측정의 범위 | RNA 변화만으로 단백질·대사·형태·조직 기능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멀티오믹스와 기능 표현형을 함께 예측하고 실험으로 확인 |
| 배치와 재현성 | 서로 다른 실험실의 기술적 차이가 생물학적 신호를 덮습니다 | 독립 실험실·플랫폼·배치에 걸친 보정과 재현성 |
| 평가 | 전역 평균 오차는 단순 기준선도 잘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 보류된 교란, 차등발현, 효과 크기, 불확실성 교정을 함께 공개 |
Cell에 실린 Virtual Cell Challenge 논문은 이 문제를 비교적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교란 예측의 목적은 사후 전사체와 차등발현을 맞히는 것이고, 모든 유전자를 평균적으로 잘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효과 크기와 무관하게 서로 다른 교란을 구별하는지, 실제 차등발현을 예측하는지를 별도로 측정합니다. 이 기준은 가상세포 스타트업의 데모를 읽을 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합성 인핸서는 읽기와 예측을 실제 조절로 되돌리는 층입니다
인핸서는 유전자가 언제, 어느 세포에서, 어느 정도 발현될지를 조절하는 DNA 요소입니다. 치료용 유전자나 세포치료제에서 특정 세포 유형에만 작동하는 조절 요소를 만들 수 있다면, 효능과 안전성의 창을 동시에 넓힐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연 인핸서의 문법이 단순한 모티프 목록이 아니라 거리, 순서, 조합, 염색질과 세포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Nature Genetics에 실린 DNA-Diffusion 연구는 이 층의 현재 수준을 잘 보여줍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세포주의 DNA 접근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포 유형 조건부 확산 모델을 학습해 200bp 길이의 합성 조절 요소를 만들었습니다. 5,850개 요소의 STARR-seq 라이브러리로 평가했고, 일부 후보는 자연 조절 요소의 전사인자 결합 문법을 재현하면서 더 높은 세포 유형 특이성을 보였습니다. AXIN2라는 백혈병 보호 유전자를 본래 염색체 맥락에서 다시 활성화한 EXTRA-seq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합성 DNA를 만들었다"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 단계입니다. 계산 예측만으로는 모델이 좋아하는 서열을 만들었는지, 실제 세포에서 원하는 발현을 만들었는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STARR-seq 같은 에피솜 리포터 검증은 대규모 선별에 유용하지만, 염색체 안의 위치·3차원 접촉·염색질 상태를 온전히 재현하지는 않습니다. DNA-Diffusion 연구가 추가로 내인성 위치의 AXIN2 조절을 보인 이유가 중요합니다. 다음 단계는 더 많은 표적 유전자, 더 많은 세포 유형, 사람 유래 질환 맥락에서 이 간극을 반복해서 줄이는 일입니다.
합성 인핸서의 가치사슬은 그래서 생성 모델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원하는 세포와 금지할 세포를 기능적으로 정의합니다.
- 유전체 모델과 공개 조절 데이터로 후보 공간을 줄입니다.
- 생성 모델이 다양성을 유지한 채 후보를 만듭니다.
- 대규모 리포터 실험으로 후보를 선별합니다.
- 염색체 통합, 1차 세포·오가노이드·동물 모델에서 발현과 안전성을 확인합니다.
- 실패한 후보까지 학습 데이터로 돌려 다음 설계를 교정합니다.
여섯 단계 중 첫째와 넷째부터 여섯째가 약하면, 좋은 생성 모델은 좋은 논문 데모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쟁력은 데이터 보유량이 아니라 폐쇄 루프의 소유권에 생깁니다
오믹스 AI에는 이미 대형 공개 데이터와 강한 범용 모델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더 큰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을 표방하는 전략은 빠르게 상품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전체 서열 자체와 공개 단일세포 코퍼스는 범용 기반 모델의 훈련 재료가 되기 쉽습니다.
반면 방어력이 생기는 위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희소한 인과 데이터 생산 능력입니다. 환자 유래 세포, 오가노이드, 특정 조직 미세환경에서 유전자·약물·용량·시간을 통제한 교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데이터셋의 세포 수보다, 어떤 질문을 위해 어떤 반사실을 만들었는지와 조건 메타데이터가 완전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둘째, 모델이 실험을 고르고 실험이 모델을 교정하는 루프입니다. 모든 조합을 측정할 수 없으므로, 어떤 실험이 불확실성을 가장 크게 줄이는지 고르는 액티브러닝이 필요합니다. 이때 반복 실험의 실패 데이터가 외부에 없는 자산이 됩니다. 단, 그 루프는 모델 내부 자기평가가 아니라 사전에 등록한 후보의 전향적 실험으로 닫혀야 합니다.
셋째, 실제 연구 의사결정에 끼어드는 제품입니다. 연구자는 확률 하나보다 후보 우선순위, 반증해야 할 가설, 필요한 대조군, 믿지 말아야 할 예측 범위를 원합니다. 실험 설계, 샘플 운영, 데이터 QC, 결과 해석과 지식관리까지 이어지는 제품이 되어야 반복 사용과 데이터 환류가 생깁니다.
이 관점에서 기회는 순수 모델 레이어보다 모델과 실험 사이의 접점에 많이 생깁니다. 고처리량 교란·멀티오믹스 측정, 표준화된 임상·실험 메타데이터, 후보 설계와 검증을 잇는 소프트웨어, 특정 질환에 최적화된 실험 피드백 네트워크가 여기에 속합니다.
다음 재평가 사건은 모델 발표가 아니라 전향적 검증입니다
이 분야의 다음 중요한 이벤트는 더 큰 파라미터 수나 더 많은 벤치마크 최고 성능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검증이 기업·기술의 신뢰도를 다시 매길 사건입니다.
- 훈련에 없던 환자 유래 세포나 세포 유형에서, 사전 등록한 교란 반응을 외부 실험실이 재현하는가
- 조합 교란·순차 투여·용량·시간축까지 포함한 예측이 단순 기준선보다 실제 실험 수를 줄이는가
- RNA뿐 아니라 단백질, 형태, 기능과 독성 같은 독립적인 결과가 함께 맞는가
- 합성 인핸서가 리포터 분석을 넘어 염색체 맥락과 치료 관련 세포에서 선택성과 기능을 유지하는가
- 실패 확률이 높은 예측을 스스로 보류하고, 불확실성 수치가 실제 실패율과 맞는가
양적유전학에서 출발한 오믹스 AI는 이제 연관 신호를 읽고, 세포의 반응을 예측하고, 조절 요소를 설계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다만 생물학의 해자는 모델 가중치에만 쌓이지 않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바꿨고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계속 새로 생산하는 실험 공장, 그리고 그 결과를 모델과 의사결정으로 되돌리는 폐쇄 루프에 쌓입니다.
맺으며
오믹스 AI의 진짜 경쟁은 누가 세포를 더 그럴듯하게 묘사하느냐가 아닙니다. 누가 가장 적은 실험으로 가장 중요한 인과 가설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고, 맞는 가설은 다음 설계로 바꿀 수 있느냐의 경쟁입니다.
출처 노트:
- Google DeepMind, AlphaGenome: AI for better understanding the genome (2025-06-25, 2026-01 Nature 출판 업데이트). AlphaGenome의 성능 수치와 사용 제한은 DeepMind 발표 기준입니다.
- Arc Institute, AI can now model and design the genetic code for all domains of life with Evo 2 (2025-02-19) 및 Evo 2: One Year Later (2026-03-04). Evo 2의 학습 규모·박테리오파지 실험 수치는 Arc 공개 자료 기준입니다.
- Arc Institute, State (2025-06-23), Virtual Cell Atlas, Virtual Cell Initiative, Virtual Cell Challenge 2026. STATE 성능 수치는 개발기관 발표 기준입니다.
- Roohani et al., Virtual Cell Challenge: Toward a Turing test for the virtual cell, Cell (2025).
- Ferreira DaSilva et al., Designing synthetic regulatory elements using the generative AI framework DNA-Diffusion, Nature Genetics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