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HBM의 과녁은 메모리 3사가 아니라 커스텀 ASIC입니다
2026년 8월 26일 엔비디아가 NVHBM을 공개했습니다. 지금까지 XPU 연산 다이 안에 있던 메모리 컨트롤러를 HBM 스택의 맨 아래층인 베이스 다이로 옮기고, 그 컨트롤러와 물리계층(PHY)을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XPU는 GPU, TPU, NPU와 고객 맞춤형 AI 가속기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이 발표를 두고 "HBM의 설계 주도권이 메모리 제조사에서 엔비디아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빠르게 돌았습니다.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SK하이닉스가 HBF 표준을 공개한 데 대한 즉각적인 응수로 읽으면 두 가지를 놓칩니다. 첫째, 시간선이 맞지 않습니다. 둘째, NVHBM이 실제로 겨누는 상대는 메모리 3사가 아닙니다.
옮긴 것은 컨트롤러 하나, 얻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메모리 컨트롤러는 연산 칩이 HBM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떤 순서로 가져올지 관리하는 장치입니다. 표준 HBM 구조에서는 이 회로와 PHY가 XPU 연산 다이 위에 얹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리가 반도체에서 가장 비싼 땅이라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핫칩스 2026에서 메모리 컨트롤러가 SoC 면적의 약 5~10%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NVHBM은 그 회로를 3D HBM 스택 안으로 내려보냅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수치는 표준 HBM4E 대비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엔비디아 주장 | 확인 수준 |
|---|---|---|
| 스택당 메모리 대역폭 | 최대 30% 증가 | 회사 발표, 독립 측정 없음 |
| HBM 전력 소비 | 최대 15% 감소 | 회사 발표 |
| PHY와 지원 회로 면적 | 최대 67% 축소 | 기술 문서 기재 |
| 연산 다이 가용 면적 | 최대 25~30% 확보 | 자료마다 25%와 30%가 혼재 |
| 인터포저 위 사용 가능 실리콘 | 최대 80% 증가 | 기술 문서 기재 |
| XPU당 종단 성능 | 약 30% 향상 | NVLink Fusion 결합 기준 |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30% 성능 향상은 메모리만의 효과가 아니라 NVLink Fusion과 결합했을 때의 랙 단위 합산치입니다. 대역폭, 면적, 전력 세 개선을 곱해서 얻은 숫자이므로 메모리 대역폭 하나로 30%가 좋아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HBF에 대한 응수로 보기에는 시간선이 맞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F를 밀자 엔비디아가 즉각 베이스 다이로 왔다"는 해석은 직관적입니다. 그런데 공개 자료의 순서를 늘어놓으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 시점 | 사건 | 성격 |
|---|---|---|
| 2026년 3월 | GTC에서 2028년 Feynman GPU에 다이 적층과 커스텀 HBM 채택 명시 | 엔비디아 공식 로드맵 |
| 2026년 8월 3일 | SK하이닉스·샌디스크, OCP를 통해 HBF 첫 표준 사양 공개 | 개방형 표준, 용량 계층 |
| 2026년 8월 23일 | 삼성전자, 핫칩스에서 cHBM·aHBM·zHBM 3단계 로드맵 공개. "대다수 고객이 메모리 컨트롤러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 | 메모리 제조사 관점의 동일 방향 |
| 2026년 8월 26일 | 엔비디아, NVHBM 공개 | 이미 선언된 방향의 제품화·규격화 |
커스텀 HBM은 8월에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HBM4 세대부터 베이스 다이는 이미 DRAM 공정을 떠나 TSMC의 로직 공정으로 이동했고, 메모리 컨트롤러를 베이스 다이로 내리는 논의는 업계 공통 과제였습니다. 삼성전자가 핫칩스에서 "대다수 고객이 메모리 컨트롤러를 커스텀 HBM으로 옮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방증입니다. 엔비디아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이동을 엔비디아가 자기 규격으로 먼저 못 박은 것에 가깝습니다.
HBF와 NVHBM은 겨루는 층 자체가 다릅니다. HBF는 HBM과 SSD 사이에 읽기 중심의 용량 계층을 새로 여는 일이고, NVHBM은 기존 대역폭 계층의 인터페이스 정의권을 가져오는 일입니다. HBF가 성공해도 NVHBM은 필요하고, NVHBM이 자리 잡아도 HBF가 풀려는 용량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세 글자 이름이 붙은 기술들이 서로 다른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이전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 구분 | HBF 첫 표준 | NVHBM |
|---|---|---|
| 주도 | SK하이닉스·샌디스크, OCP 개방 표준 | 엔비디아 단독 정의, NVLink Fusion 내 제공 |
| 겨루는 층 | HBM과 SSD 사이 용량 계층 | HBM 대역폭 계층의 제어 인터페이스 |
| 개방성 | 공개 규격 지향, 복수 구현 유도 | 엔비디아가 정의하고 메모리사가 검증·생산 |
| 문제 정의 | 용량이 모자란다 | 연산 다이 면적과 전력이 모자란다 |
| 확인된 일정 | 2026년 하반기 샘플, 2027년 초 추론 장비 샘플 목표 | 2028년 Feynman 세대 채택 관측, 확정 공지 없음 |
진짜 상대는 자체 칩을 만드는 하이퍼스케일러입니다
NVHBM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은 30%와 15%입니다. 그런데 사업 구조 측면에서 더 중요한 문장은 따로 있습니다. NVHBM은 NVLink Fusion 고객에게 제공되는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NVLink Fusion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설계한 XPU와 CPU를 엔비디아의 랙 규모 아키텍처에 붙일 수 있게 해주는 연결 기술입니다. 첫 NVHBM 협력사는 아마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안나푸르나랩스이고, 안나푸르나는 Trainium4부터 NVLink Fusion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Trainium은 엔비디아 GPU의 대체재로 만들어진 칩입니다.
즉 엔비디아는 자기 GPU를 사지 않기로 한 고객에게 이렇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칩은 직접 만드셔도 됩니다. 다만 랙 연결은 NVLink로,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NVHBM으로 하시면 연산 다이 면적을 25% 더 쓰고 전력을 15% 아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메모리도 락인시키려 한다"는 관찰의 정확한 형태입니다. 락인 대상은 메모리 제조사가 아닙니다. 엔비디아를 떠나려는 XPU 설계사입니다. 엔비디아는 가속기 출하 대수에서 잃을 몫을 인정하는 대신, 떠나는 물량에도 자기 IP가 붙어 있도록 경계를 다시 그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NVLink에 맞서 UALink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던 것과 같은 구도가 메모리 인터페이스에서 한 번 더 시작된 셈입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는 손익계산서에 답이 있습니다
시점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축은 원가입니다. 엔비디아가 8월 26일 실적 발표에서 공개한 공급·설비 약정은 2,790억 달러로, 직전 분기 1,190억 달러에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메모리 조달입니다. 같은 발표에서 회사는 총이익률이 3분기 약 74%, 4분기 71~72%까지 낮아질 것으로 안내했습니다. 메모리 값이 엔비디아의 이익률을 실제로 깎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메모리 인터페이스 규격을 직접 정의하면 같은 비트로 더 많은 대역폭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아낀 연산 다이 면적은 웨이퍼 한 장당 만들어내는 가치를 올립니다. 그리고 복수의 공급사가 동일한 규격을 구현하게 되면 조달 협상력이 생깁니다. 엔비디아가 "여러 메모리 공급사가 제공할 표준 NVHBM 구현을 만들고 있다"고 명시한 대목이 마지막 효과를 겨냥합니다.
메모리 3사에게는 기회이자 함정입니다
베이스 다이가 로직 공정으로 넘어가면서 메모리 회사의 부가가치는 커질 여지가 생겼습니다. DRAM 다이만 팔던 구조에서 로직 설계, 파운드리, 하이브리드 본딩, 테스트와 패키징까지 사업 범위가 넓어집니다. 삼성전자가 zHBM으로, SK하이닉스가 로직 위 DRAM 적층과 고단 패키징으로 향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문제는 그 로직을 누가 그리느냐입니다. 베이스 다이 설계를 메모리사가 하면 부가가치는 메모리사에 남습니다. NVHBM처럼 XPU 업체가 컨트롤러와 PHY를 확정하면, 메모리사는 남의 설계를 받아 만드는 위치로 돌아갑니다. 같은 하드웨어가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고, 그 갈림길이 지금 결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확인된 각 사의 자세는 이렇습니다.
| 회사 | 핫칩스 2026 기준 방향 | 확인 수준 |
|---|---|---|
| 삼성전자 | sHBM에서 cHBM으로, 이후 aHBM과 zHBM. 베이스 다이를 SoC처럼 활용하고 일부 연산까지 수행 | 로드맵과 목표치 공개, 양산 제품 아님 |
| SK하이닉스 | HBM4 12단 양산, 16단 고객 인증 단계. 20단 이상을 위한 하이브리드 본딩. 베이스 다이는 TSMC 로직 공정 | 12단 양산은 확인, 상위 단수는 인증·개발 |
| 마이크론 | 베이스 다이 회로 효율 개선 중심 | 발표 범위 제한적 |
삼성전자는 zHBM이 HBM5 대비 DRAM 전력을 약 70% 줄이고 HBM4E 대비 대역폭을 2.3배로 높인다고 밝혔습니다. 인상적인 수치지만 아직 작동 실리콘과 고객 시스템에서 반복 측정된 결과가 아니라 아키텍처 목표입니다.
점유율 60% 재편 시나리오는 이렇게 검증됩니다
추론 칩 쪽으로 시장이 확장되면서 엔비디아의 가속기 점유율이 60%대로 내려앉는 재편은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현재 나와 있는 숫자들은 출처마다 정의가 다르므로 그대로 이어 붙이면 안 됩니다.
시장조사와 증권가 추정을 종합하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가속기 매출 기준 점유율은 2024년 약 87%에서 정점을 찍고 2026년 75~85% 구간으로 추정됩니다. 추정 폭이 10%포인트 넘게 벌어지는 이유는 자체 칩을 내부에서만 쓰는 물량을 어떻게 셈하느냐가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추론 전용 구간만 떼어 보면 2028년 20~30%까지 낮아진다는 예측도 있지만, 이는 매출 기준 전체 점유율이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 내부 추론 워크로드에 한정된 추정입니다.
매출 점유율, 출하 대수 점유율, 추론 워크로드 점유율은 서로 다른 지표입니다. 60%라는 숫자가 어느 분모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말을 하면서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이 재편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는 다음 다섯 가지 증거로 판별하는 편이 낫습니다.
NVLink Fusion 채택 폭. 안나푸르나 외에 어떤 XPU 설계사가 NVLink Fusion과 NVHBM을 함께 채택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자체 칩을 만들면서 엔비디아 인터페이스를 쓰는 회사가 늘수록, 대수 점유율 하락과 엔비디아 IP 매출 증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개방 진영의 대응 규격. UALink 진영이나 OCP가 메모리 인터페이스에서도 대응 규격을 내놓는지, 그리고 메모리 3사가 그 규격에 실제 실리콘을 붙이는지를 봐야 합니다. 표준 문서가 아니라 상호운용 사례가 판정 기준입니다.
베이스 다이 설계 귀속. HBM5 세대에서 베이스 다이 설계를 메모리사가 주도하는 계약과 XPU사가 주도하는 계약의 비중이 어떻게 갈리는지가 부가가치 이동의 직접 지표입니다.
메모리 원가와 이익률. 엔비디아의 총이익률이 71~72% 저점에서 회복되는 시점과 폭이 NVHBM류 구조 변경의 실질 효과를 보여줍니다.
HBF의 첫 상호운용 사례. 용량 계층이 실제로 열리는지는 서로 다른 공급사의 HBF와 XPU가 연결되는 첫 시제품에서 확인됩니다. 규격 발표가 아니라 실리콘입니다.
벤처 관점에서 다시 그린 경계선
이번 발표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주는 함의는 특정 대기업의 우열보다 어느 층에 새 계약면이 생겼는가에 있습니다.
베이스 다이가 로직이 되면서 메모리 컨트롤러 IP, 다이 대 다이 인터페이스 IP, PHY 설계 같은 영역이 메모리 회사의 구매 항목으로 들어옵니다. 지금까지 이 영역은 XPU 설계사의 내부 자산이었습니다. 동시에 열 경로 설계, 정상 다이 선별과 적층 후 테스트,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과 계측처럼 수율을 좌우하는 후공정 영역의 중요도가 올라갑니다. 전기적 이득이 아무리 커도 적층 수율이 나오지 않으면 제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계층이 늘어난 메모리를 다루는 런타임이 남은 공백입니다. HBM, HBF, 온패키지 LPDDR, 칩 간 연결 DRAM이 한 시스템에 섞이면 어떤 데이터를 어디에 두고 언제 옮길지 결정하는 계층이 필요합니다. 하드웨어 규격은 발표되고 있지만 이를 워크로드 수준에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AI 반도체 설계사에게는 더 직접적인 분기가 생겼습니다. NVLink Fusion 생태계에 들어가면 검증된 랙 규모 스택과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빌려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시스템 경계의 상당 부분을 엔비디아 규격에 맡기게 됩니다. 개방 표준 진영에 남으면 설계 자유도는 지키지만 생태계 성숙을 스스로 기다려야 합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다만 이 선택은 더 이상 기술 결정이 아니라 사업 구조 결정입니다.
정리하면, 주도권 이동은 맞고 원인 지목은 다릅니다
NVHBM이 HBM의 설계 주도권을 메모리 제조사에서 XPU 설계사 쪽으로 옮긴다는 관찰은 정확합니다. 다만 그 계기를 SK하이닉스의 HBF에서 찾으면 상대를 잘못 지목하게 됩니다. 커스텀 HBM은 2026년 3월 Feynman 로드맵에 이미 들어 있었고, 삼성전자는 8월 핫칩스에서 이미 대다수 고객이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NVHBM이 실제로 답하는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연산 다이의 가장 비싼 면적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그리고 자체 칩으로 떠나는 고객을 어떻게 자기 인터페이스 안에 남겨둘 것인가입니다. 첫 협력사가 아마존 안나푸르나라는 사실이 두 번째 질문의 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추론 칩 확산과 함께 시장이 재편되고 엔비디아의 대수 점유율이 내려간다는 전망과, 엔비디아가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가져간다는 이번 발표는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같은 전략의 앞면과 뒷면입니다. 가속기 판매에서 잃는 몫을 연결과 메모리 인터페이스에서 되찾는 구조이고, 그 구조가 성립하는지는 NVLink Fusion 채택 회사 수와 베이스 다이 설계 귀속이라는 두 지표에서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확인될 것입니다.
자료 기준일은 2026년 8월 28일이며, 근거는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와 기술 문서, 핫칩스 2026 발표 보도, SK하이닉스·샌디스크 표준 공지, 국내외 언론 보도입니다. NVHBM의 성능 수치는 엔비디아 발표 기준이며 독립 측정으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연산 다이 면적 확보분은 자료에 따라 25%와 30%가 혼재합니다. Feynman 세대의 NVHBM 채택은 로드맵 기반 관측이며 확정 공지가 아닙니다. 점유율 수치는 기관별 추정으로 분모 정의가 서로 다릅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은 다루지 않습니다.
주요 출처: NVIDIA NVHBM 기술 블로그 · NVIDIA NVLink Fusion 발표 · SK하이닉스·샌디스크 HBF 첫 표준 · 삼성전자 핫칩스 2026 HBM 로드맵 · Samsung Evolving HBM Base Die 정리 · 핫칩스 2026 삼성·SK 비교 · 엔비디아 공급 약정과 메모리 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