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걸 골라서 안 한다: 량원펑이 투자자에게 4시간 동안 한 말
2026년 7월, 딥시크(DeepSeek)가 약 500억 위안(약 73억 달러) 규모의 첫 외부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창업자 량원펑이 투자자들과 4시간 동안 진행한 온라인 미팅의 발언이 중국 안팎으로 퍼졌습니다. 흔히 "52개 발언"으로 불리는데, 정리본마다 52개에서 70여 개까지 조금씩 다릅니다.
이 글은 그 발언들을 주제별로 묶어 정리하고, 무엇이 진짜 신호이고 무엇이 자금 조달용 포지셔닝인지 갈라 읽습니다. 다만 먼저 분명히 해둘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먼저, 이 자료의 성격
라운드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 규모와 기업가치는 블룸버그 등으로 확인됩니다. 그러나 발언 52개는 공식 녹취록이 아니라 참석한 투자자들이 정리해 돌린 노트입니다. 딥시크가 원문을 공개한 적이 없고, 매체마다 문구와 개수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니 아래 내용은 "량원펑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수준으로 읽는 것이 맞고, 특히 칩·컴퓨트 관련 수치는 경쟁·규제 서사에서 이해당사자인 본인의 주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 전제 위에서, 이 노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입니다. 딥시크는 자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관통하는 한 줄: 돈 되는 걸 골라서 거부한다
발언 대부분은 하나의 축으로 꿰입니다. 눈앞의 확실한 돈을 의도적으로 포기하고, 오픈소스와 저가와 팀 안정성을 자선이 아니라 AGI 확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량원펑은 "절제가 곧 전략"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해집니다. 앞에 놓인 기회는 참깨이고 뒤에 있는 AGI가 수박이라, 참깨를 주우려 몸을 굽히면 수박을 놓친다는 비유도 나옵니다. 이제 갈래별로 보겠습니다.
조직: KPI가 없고 비전으로 굴러간다
가장 먼저 나오는 건 회사의 성격입니다. IPO나 큰돈을 노리고 시작한 회사가 아니고, 규정이나 KPI가 아니라 공유된 비전으로 조직을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직원은 배정된 우선순위와 스스로 정한 연구에 시간을 나눠 쓰고,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지 않는다("연구에는 느슨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한 문장. "우리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자원도 인재의 질도 경쟁사 대비 특별한 우위가 없다는 겸양인데, 뒤의 미중 격차 이야기와 연결되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AGI: "5%를 원하면 1%에게 진다"
단일 베팅은 AGI입니다. 제품은 그리로 가는 디딤돌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 이겁니다.
"AGI가 GDP의 20퍼센트라고 할 때, 5퍼센트를 원하는 자는 1퍼센트를 원하는 자에게 지고, 1퍼센트를 원하는 자는 0.1퍼센트를 원하는 자에게 진다." 이윤을 덜 남기려는 쪽이 결국 시장을 가져간다는 이 논리가, 딥시크의 저가·오픈소스 전략을 그대로 설명합니다. AI 발전은 계단식(작년 사고사슬 → 올해 에이전트 → 다음은 연속학습 → 그다음 특이점·체화지능)이라며, 지금 부족한 건 정교함이 아니라 "연속학습" 능력이라고 짚습니다. 모델이 스스로 더 나은 후속 모델을 만드는 자기강화 고리가 다음 변곡점이라는 것입니다.
오픈소스: 자선이 아니라 계산
오픈소스에 대한 태도가 특히 분명합니다. 미래의 최강 모델도 공개하겠다, 시장이 충분히 커서 독점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픈소스는 압력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진심이다. 심지어 "경쟁자가 우리 모델을 쓰는 게 두렵지 않다. 두려운 건 그들이 잘못 구현해서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대목도 있습니다. 내부에서 쓰는 모델과 공개한 모델이 동일하며, 외부용으로 성능을 일부러 낮춘 열등판은 없다고 말합니다.
가격: 10개월이면 하드웨어값을 뽑는다
이윤은 "합리적 수준"만 가져간다고 합니다. API 가격은 대략 10개월이면 하드웨어 원가를 회수하는 선으로 잡았고, 그 이상 극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수요가 비탄력적이어도). 한 모델의 가격을 4분의 1로 낮췄을 때 팀이 오히려 환호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낮은 원가는 자선이 아니라, 한정된 컴퓨트 예산 안에서 더 큰 모델을 학습할 여력으로 되돌아온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안 하는 것들: 비디오·슈퍼앱·트래픽
가장 눈에 띄는 건 거부 목록입니다. 비디오·3D 생성은 "좋은 장사이지만 근본 지능과 무관"하다며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월드모델도 지금 단계의 AGI에는 핵심이 아니라고 봅니다. 멀티모달은 제품엔 필요한 구성요소지만 지능의 본류는 아니라며, V4 이후에 넣되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음 바이트댄스나 텐센트가 되고 싶지 않다", 슈퍼앱도 C단 트래픽 쟁탈도 지금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춘절 기간의 예상 밖 바이럴조차 공격적으로 수익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중 격차: 인재가 아니라 자원
여기서부터는 이해당사자의 주장으로 더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량원펑은 미국과의 격차가 인재 차이가 아니라 자원(컴퓨트) 차이라고 말합니다. 진짜 격차는 "1~2년"이 아니라 독창성과 모방 사이에 있다는, 널리 인용된 프레이밍도 여기서 나옵니다.
컴퓨트는 미국의 약 20분의 1(대략 2만 개의 H급 상당)인데도 12~18개월 뒤이며, 앞으로 이 시간 격차를 3~6개월까지 좁히고 일부 영역은 추월할 수 있다는 서사를 제시합니다. 데이터 라벨링이 지금의 병목이고("가장 중요한 팀원 절반이 데이터 라벨링을 한다"), 스케일링 법칙은 아직 벽에 부딪히지 않았다("벽을 찾을 컴퓨트가 없어서 못 부딪힌 것")고도 말합니다. 실리콘밸리가 말하는 스케일링 정체는 자원이 부족한 시장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칩: 국산칩과 CUDA 해자 (가장 조심할 대목)
칩 이야기는 가장 자기 서사적이라 특히 걸러 들어야 합니다. 엔비디아 CUDA의 해자가 AI 코드 생성과 TileLang 같은 고수준 언어로 빠르게 약해진다, 국산 칩 생태계는 이미 실현 가능하고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생산능력이다, 화웨이 950이 엔비디아 GB300과 가격 대비 성능에서 대등하다(4장이 엔비디아 1장 값어치, 2년 시차) 같은 주장이 이어집니다. 이건 사실 보도가 아니라 한 창업자의 낙관적 전망이고, 중국 소버린 AI 서사에 전략적으로 유용한 주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국산 칩 생태계가 5년 안에 생산 병목을 푼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팀: 유일하게 양보 못 하는 것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핵심. 팀 안정성이 회사의 유일한 핵심 이익이고, 돈과 자원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팀만 안정되면 나는 반드시 AGI를 이룬다"는 문장까지 나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에게 조건을 걸었다고 전해집니다. 직원을 빼가지 말 것, 포트폴리오 회사가 인력을 데려가지 못하게 할 것, 창업을 부추기지 말 것. 자금을 받으면서 인재 유출 방지를 계약 조건처럼 내건 셈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정리하면 세 가지로 읽는 것이 안전합니다.
첫째, 자기 서사 필터를 켜고 봐야 합니다. 자금을 모으는 창업자는 절제를 미덕으로, 자원 부족을 저평가로 포장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칩·컴퓨트·격차 수치는 검증이 어렵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주장이라, 사실이 아니라 "이렇게 프레이밍하고 싶어 한다"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애초에 이건 녹취록도 아닙니다.
둘째, 그럼에도 행동과 일치하는 부분은 신호입니다. 딥시크는 실제로 가중치를 공개하고,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췄고, 슈퍼앱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돈 되는 걸 골라서 안 한다"는 말은 이미 관측된 행동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말과 행동이 겹치는 곳은 포지셔닝이 아니라 전략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셋째, 경쟁 구도의 함의가 뚜렷합니다. "덜 남기려는 쪽이 이긴다"는 논리와 최강 모델까지 공개하겠다는 방침은, 폐쇄형 모델을 비싸게 파는 모든 사업자에게 직접적인 압력입니다. 량원펑 스스로 "중국에 파운데이션 모델 회사가 너무 많아 결국 통합될 것"이라고 말한 대로, 이 저가·오픈 전략은 산업 통합을 앞당기는 힘이기도 합니다. 한국을 포함해 국산 모델을 만드는 쪽에서는, 이 압력을 어떻게 견디거나 우회할지가 실질적인 질문이 됩니다.
돈 되는 길을 골라서 거부하는 회사는 흔치 않습니다. 그 거부가 진짜 신념인지, 자원 제약을 미화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앞으로의 행동이 계속 답할 것입니다. 지금은 그 발언들을 "녹취록이 아닌 노트"로, "사실과 주장을 갈라서" 읽어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본 글은 공개 보도와 중국 매체가 정리해 유통한 발언 노트를 바탕으로 한 산업·인물 분석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딥시크는 비상장사입니다. 인용한 발언은 공식 녹취록이 아니라 참석자들이 정리한 2차 노트로, 문구와 개수가 매체마다 다릅니다. 칩·컴퓨트·미중 격차 관련 수치는 이해당사자인 본인의 주장으로 외부 검증 전입니다.
주요 출처: 라운드 사실은 블룸버그(2026-07-17)·Momentum Works(The Low Down). 발언 정리는 IT之家·虎嗅·금융계(金融界)·별처발생(WeChat) 등 중국 매체의 4시간 투자자 미팅 정리본. 교차 요약은 KuCoin 플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