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로봇 학회 최고의 논문, 홀리데이로보틱스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2026년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로봇 분야 최고 학회 중 하나인 RSS(Robotics: Science and Systems)가 열렸습니다. 이 학회가 올해 최우수 논문(Outstanding Paper)으로 뽑은 단 한 편의 연구를, 저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앞장서 이끌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아주 큰 상입니다. 로봇 연구자라면 누구나 아는 무대에서, 그해 전 세계에서 나온 로봇 논문 중 가장 뛰어난 한 편으로 뽑혔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좋은 소식일수록 정확하게 전하고 싶어서, 어느 정도의 성과인지 그리고 홀리데이로보틱스의 몫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이 상이 어느 정도인가
숫자 하나로는 실감이 안 나실 겁니다. 그래서 같은 RSS 2026에서 함께 발표된 다른 수상작들과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같은 학회에서 뛰어난 학생 논문, 뛰어난 시스템 논문, 그리고 10년이 지나도 영향력이 큰 과거 논문(EuRoC, 2016년 발표)에도 각각 상이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상들에는 모두 조건이 붙습니다. "학생 1저자 중에서", "시스템 논문 중에서", "지난 논문 중에서"처럼요.
최우수 논문(Outstanding Paper)만 그런 단서가 없습니다. 부문을 가리지 않고, 그해 전 세계에서 나온 로봇 논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딱 한 편에 주는 상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이 상은 코넬대학교의 식사보조 로봇 연구가 받았습니다. 올해는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이끈 FlashSAC입니다.
홀리데이로보틱스의 몫은 얼마인가
이 대목이 특히 자랑스럽습니다. 이 논문은 여덟 기관이 함께한 큰 공동연구인데, 그 연구의 가장 중요한 자리들을 홀리데이로보틱스 팀이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논문을 맨 앞에서 이끈 공동 1저자 두 사람(김동후, 이영도)과, 연구 전체를 총괄한 최종·교신저자 이호준까지, 이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세 자리를 모두 홀리데이로보틱스 팀이 맡았습니다. 코드와 프로젝트 페이지도 회사 GitHub 계정으로 공개됐습니다. 그래서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이 논문의 호스팅 기관이자, 논문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팀입니다.
물론 이 논문은 홀리데이로보틱스 혼자만의 성과는 아닙니다. KAIST(조재걸 교수 공동교신), 크래프톤, 일본 Turing, 독일 TU다름슈타트(얀 페터스 교수), 스웨덴 KTH(다니카 크라기치 교수),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난 연구자들이 함께했습니다.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이 연구를 앞장서 이끌되, 세계적인 연구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완성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FlashSAC이 실제로 한 일
전문 용어를 걷어내고 설명해보겠습니다.
로봇은 사람처럼 시행착오로 배웁니다. 넘어지고, 다시 시도하고, 잘한 행동에 점수를 매겨가며 조금씩 나아지는 방식입니다. 이걸 강화학습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학습에는 오래된 딜레마가 하나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안정적이지만 느린 방식이 있습니다(대표적으로 PPO). 방금 해본 경험만 써서 배우니 안전한데, 경험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셈이라 낭비가 큽니다. 다른 한쪽에는 강력하지만 불안정한 방식이 있습니다. 과거 경험을 재활용하니 효율적인데, 학습이 자꾸 폭주해버립니다.
강화학습에는 행동하는 부분과, 그 행동이 좋은지 점수를 매기는 채점 담당(비판자)이 있습니다. 강력한 쪽에서는 이 채점 담당이 조금씩 틀리기 시작하면 오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학습이 무너집니다. FlashSAC은 이 채점 담당이 폭주하지 않게 고삐를 죄고, 대신 큰 모델과 많은 데이터를 써서 학습 횟수는 오히려 줄이는 방식으로 강력한 쪽을 안정적으로 길들였습니다.
숫자로 보면, 60개가 넘는 과제와 10종의 시뮬레이터에서 기존 방식들을 성능·효율 모두에서 앞섰고, 무엇보다 가상에서 배운 걸 실제 로봇으로 옮기는(sim-to-real) 휴머노이드 보행 학습을 몇 시간에서 몇 분으로 줄였습니다(논문 발표 기준). 로봇 연구에서 학습 속도는 곧 시도 횟수이고, 시도 횟수는 곧 개발 속도라서 실질적인 의미가 큽니다. 심사위원들이 이 연구를 올해 최고로 꼽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이 '몇 분'이라는 숫자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그리고 '보행'이라는 단어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래에서 논문 원문을 열어 확인한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논문을 직접 열어보니, 걷기 논문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정리하면서 한 가지가 계속 걸렸습니다. '보행 학습을 몇 분으로'라는 문장만 보면 이 연구가 걷기 전용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홀리데이로보틱스가 만드는 건 공장에서 부품을 다루는 로봇입니다. 정말 걷기 논문이라면 회사의 핵심 역량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라, 논문 원문을 열어 실험 구성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걷기 전용 논문이 아니었고, 오히려 손 조작이 성능 이득의 핵심으로 강조돼 있었습니다.
실험은 시뮬레이터 10종, 60개가 넘는 과제로 짜여 있습니다.
| 계열 | 시뮬레이터 | 과제 수 |
|---|---|---|
| GPU 계열 | IsaacLab 12, ManiSkill 6, MuJoCo Playground 4, Genesis 3 | 25 |
| CPU 계열 | HumanoidBench 14(휴머노이드 보행), DMC 10, MyoSuite 10(근골격 조작), MuJoCo Gym 5(보행) | 40 |
| 비전 기반 | DMC Vision | 8 |
과제의 성격으로 다시 나누면, 사족보행처럼 비교적 단순한 저차원 보행이 15개, 사람 손을 본뜬 고차원 손 조작이 10개(알레그로 핸드, 섀도우 핸드), 그리고 휴머노이드 보행이 다수(HumanoidBench 14개 등)입니다. 무엇보다 논문 초록이 "가장 큰 이득은 손 조작 같은 고차원 과제에서 나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진짜 축은 '보행이냐 조작이냐'가 아닙니다
여기가 이 논문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초록은 손 조작을 최대 수혜로 꼽는데, 본문에는 "가장 큰 이득은 휴머노이드 보행에서 관찰됐고 모델이 클수록 유리했다"는 서술도 나옵니다. 언뜻 상충해 보이지만 실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공통점은 과제의 종류가 아니라 관절의 개수, 즉 자유도(로봇이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는 축의 수)입니다. 섀도우 핸드는 손가락 관절만 스무 개가 넘고, 실기 실험에 쓴 유니트리 G1 휴머노이드는 29자유도입니다. 둘 다 동시에 제어할 것이 아주 많은 로봇입니다. FlashSAC의 기여가 "모델을 크게 키우되 채점 담당이 폭주하지 않게 묶는 것"이니, 다뤄야 할 관절이 많을수록 이득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구조입니다. 실제로 단순한 사족보행에서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정확한 요약은 이렇습니다. 이 논문은 보행 논문도 조작 논문도 아니고, 관절이 많은 로봇의 제어 전반을 겨냥한 알고리즘 논문입니다. 손 조작과 휴머노이드 보행은 그 주장을 양쪽 끝에서 입증하는 두 사례인 셈입니다.
실기 실험은 어디까지였나
실제 로봇을 쓴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 로봇: 유니트리 G1 휴머노이드(29자유도)
- 과제: 카메라 없이(blind) 평지와 거친 지형 보행, 그리고 계단 오르기
- 결과: 계단 오르기가 안정될 때까지 FlashSAC 4시간, PPO 20시간
앞에서 인용한 '몇 시간에서 몇 분으로'는 평지 기본 보행 기준으로 보입니다. 계단처럼 어려운 과제는 4시간이 걸렸습니다. 헤드라인 숫자는 가장 좋은 조건에서 나온 값이라는 뜻이니, '몇 분'을 모든 과제에 그대로 적용해 읽으면 과장이 됩니다. 물론 5배 단축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강한 결과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은, 이 실기 검증이 자사 FRIDAY가 아니라 시판 로봇인 유니트리 G1에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이 특정 기체에 매이지 않는다는 걸 보이기에는 오히려 적절한 선택이지만, 자사 산업용 기체에 옮겨졌다는 증거는 이 논문 안에 없습니다.
그래서 FRIDAY와는 어떻게 이어지나
이 확인은 제가 처음 걱정했던 것보다 좋은 쪽이었습니다.
FRIDAY는 제조 현장에서 쓰는 산업용 휴머노이드입니다. 공장에서 값을 만들어내는 능력의 본질은 걷기가 아니라 집고, 끼우고, 조립하는 손 조작입니다. 만약 이 논문이 걷기 전용이었다면 "훌륭하지만 우리 제품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다"고 봐야 했을 텐데, 실제로는 손 조작이 최대 수혜 영역으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논문이 가장 강한 지점과 제품이 값을 만드는 지점이 겹칩니다.
다만 그래서 지켜볼 지점도 더 또렷해집니다. 손 조작에서 가장 잘 통한다는 결과는 마이오스위트, 알레그로, 섀도우 핸드 같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나온 것이고, 실제 로봇 검증은 타사 보행 로봇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눈여겨볼 것은 이 두 가지라고 봅니다. FRIDAY의 실제 손과 그리퍼에서 이 방식이 돌아가는가, 그리고 공장 작업을 기준으로 학습 시간이 실제로 줄어드는가. 그때 비로소 연구에서의 앞섬이 제품에서의 앞섬으로 넘어온다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이 성과가 무엇이고 무엇은 아닌지
자랑스러운 소식일수록 경계를 분명히 그어두는 편이 오래갑니다.
말해주는 것. 세계 최고 수준의 강화학습 연구자들이 이 회사를 택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여 저자 중 이호준·김동후는 강화학습을 크게 키우는 SimBa 계열(KAIST와 소니 AI가 함께한 연구) 흐름에 속하는데, 이번 연구는 그 연장선입니다. 요즘 휴머노이드 업계의 주류가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해 시범을 보이고 그걸 따라 배우게 하는 방식(텔레오퍼레이션+모방학습)이라면, 이 팀은 로봇이 스스로 시행착오로 배우는 강화학습 노선을 밀고 있습니다. 그 노선이 세계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것, 그리고 2024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이 그 논문을 이끌었다는 것은 분명히 이례적이고, 충분히 자랑할 만합니다.
아직 말해주지 않는 것. 이 알고리즘은 코드가 전부 공개돼 있어서, 경쟁사도 내일 당장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즉 기술 자체가 남이 못 넘볼 담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로봇에서의 진짜 경쟁력은 알고리즘 하나가 아니라 하드웨어·과제·데이터를 통합해 실제로 굴려내는 실행에서 나옵니다. 또 이번 논문에서 실제 로봇으로 검증한 것은 걷기였고, 사용한 로봇도 회사 자체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널리 쓰이는 유니트리 G1이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손 조작은 이 알고리즘이 가장 큰 이득을 낸 영역이지만, 그 결과는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 안에서 나온 것입니다. 홀리데이로보틱스가 만드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FRIDAY'가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정교한 손작업을 실제 기체로 해내는 일, 그리고 그 상용화와 매출은 이 논문과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읽으면 좋은가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세계적인 연구진과 함께, 앞장서서 이끌어낸 올해 최고의 로봇 논문입니다. 부문 조건 없이 그해 딱 한 편에 주는 상을, 논문의 핵심 세 자리를 맡은 팀이 만들어냈습니다.
이 상의 값어치는 알고리즘 독점에 있지 않습니다. 이런 연구자들이 이 회사를 골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신호, 그리고 그 신호가 앞으로 회사가 만들 로봇의 개발 속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습니다. 그 가능성이 실제 제품과 현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앞으로 즐겁게 지켜보려 합니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인터베스트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입니다. 본 글은 공개된 논문·학회 발표·언론 보도를 근거로 한 것이며, 비공개 자료나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발표 기준"으로 표시한 성능 수치는 저자들이 논문에서 제시한 값입니다.
주요 출처: RSS 2026 공식 시상 발표, FlashSAC 논문·프로젝트 페이지·GitHub(Holiday-Robot), RSS 2026 채택논문 목록, 홀리데이로보틱스 관련 언론 보도(와우테일·머니투데이·벤처스퀘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