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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 ‘From AGI to ASI’, AGI 다음을 투자자의 눈으로 읽었습니다

AI 전략AGIASIVC 관점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이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제목은 단순합니다. ‘From AGI to ASI(범용 인공지능에서 초지능으로)’. 저자 명단에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셰인 레그(Shane Legg)와, 범용 AI 이론으로 유명한 마커스 허터(Marcus Hutter)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가 눈길을 끄는 건, 묻는 질문이 평소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AGI가 언제 오느냐”를 묻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AGI에 도달한 다음, 더 똑똑한 초지능(ASI)까지 어떤 길로, 무엇에 막히며 가게 되나”를 묻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내용을 처음 보시는 분도 편하게 따라오실 수 있게 풀고, 투자자라면 무엇을 보면 좋을지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줄 요약

  • 먼저 용어부터. AGI는 ‘사람 중위 수준의 폭넓은 지능’, ASI(초지능)는 ‘수천 명 전문가 집단이 몇 년에 걸쳐 할 일을 넓게 넘어서는 일반 지능’을 말합니다.
  • 보고서의 핵심은 AGI를 끝이 아니라 시작점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AGI 다음에 초지능으로 가는 길을 네 갈래로 정리했습니다.
  •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병목이 GPU(연산 칩)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데이터, 에너지, AI가 AI 연구를 돕는 도구, 여러 AI를 조율하는 운영, 잘하는지 확인하는 평가, 현실 피드백까지 모두 병목이자 기회입니다.

1. 어떤 보고서인가

확인해 보니 보고서는 실제로 있습니다. arXiv(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2026년 6월 10일 공개됐고, 저자진에는 셰인 레그, 마커스 허터를 비롯해 딥마인드 연구자 여럿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짚자면, 이건 딥마인드의 공식 발표문이라기보다 연구진이 낸 보고서(arXiv 판)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받기보다 “핵심 연구자들이 공개 의제로 올린 지도”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보고서는 AGI와 ASI를 이렇게 잡습니다. AGI는 대부분의 인지 과제에서 사람 중위 수준에 도달한 시스템, ASI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규모 인간 전문가 집단을 넘어서는 일반 지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알파폴드나 알파고처럼 한 분야에서만 사람을 넘는 시스템은 ASI에서 뺀다는 점입니다. 한 우물만 잘 파는 게 아니라, 넓게 전반을 넘어서야 초지능이라는 겁니다.

2. 초지능으로 가는 네 갈래 길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틀은, AGI에서 초지능으로 가는 길을 네 갈래로 나눈 부분입니다.

AGI 사람 중위 수준 ASI 전문가 집단을 넘는 초지능 ① 규모 키우기 (스케일링) 모델·데이터·연산을 더 크게 → GPU·전력·데이터센터 ② 알고리즘 전환 새 구조·학습법으로 효율 도약 → 추론 최적화·새 설계 ③ 재귀적 자기개선 AI가 AI 연구를 가속 → AI 코딩·자동 실험 도구 ④ AI 집단지능 여러 AI가 한 조직처럼 → 에이전트 조율·업무 자동화
그림 1. AGI에서 초지능으로 가는 네 갈래 길.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동시에 또는 결합되어 진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네 갈래를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 ① 규모 키우기(스케일링). 모델을 더 키우고, 데이터를 더 모으고, 연산을 더 쏟는 길입니다. 지금 가장 눈에 보이는 길입니다.
  • ② 알고리즘 전환. 더 효율적인 구조나 학습법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길입니다. 같은 자원으로 더 잘하게 만드는 쪽입니다.
  • ③ 재귀적 자기개선. AI가 AI 연구개발을 돕고, 그 덕에 더 나은 AI가 더 빠른 연구를 하는 되먹임이 생기는 길입니다.
  • ④ AI 집단지능. 천재 한 명짜리 모델이 아니라, 수많은 AI가 한 조직처럼 협업해 초지능적 성과를 내는 길입니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건, 이 네 갈래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 길만 가는 게 아니라 동시에, 그리고 결합되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능의 증가가 단순 덧셈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3. ‘스케일링 한 길’만 보면 안 됩니다

지금 시장은 주로 첫 번째 길, 즉 규모 키우기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GPU, 고대역폭 메모리(HBM),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네트워크입니다. 이 길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런데 보고서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이 길에도 병목이 많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규모 키우기 한 길에도 병목이 많습니다 비용·경제성 계속 더 쏟을 수 있나 전력·에너지 전기를 어디서 대나 하드웨어·원자재 생산 칩을 충분히 만드나 데이터 한계 (data wall) 사람이 만든 양질 데이터가 바닥남 사전학습 방식의 한계 지금 방식이 계속 통할까 연구 난이도 상승 쉬운 발견이 줄어듦 그래서 질문이 ‘GPU를 더 살 수 있나’에서 ‘다음 병목을 누가 푸나’로 바뀝니다.
그림 2. 규모를 키우는 길에도 비용, 전력, 하드웨어 생산, 데이터, 학습 방식, 연구 난이도라는 병목이 줄지어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 한계(data wall)가 중요합니다. 사람이 만든 글·이미지·영상만으로는 필요한 데이터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합성 데이터(AI가 만든 학습용 데이터) 나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얻는 데이터가 이걸 대신할 수 있는지가 큰 불확실성으로 남습니다.

4. 가장 핵심은 ‘재귀적 자기개선’입니다

네 갈래 중 저는 세 번째, 재귀적 자기개선을 가장 눈여겨봅니다. AI가 AI 연구개발을 자동화하면, 더 나은 AI가 더 빠른 연구를 만들고, 그 AI가 다시 더 나은 AI를 만드는 되먹임이 생깁니다. 가속의 진짜 엔진입니다.

다만 보고서는 이걸 무조건적인 ‘지능 폭발’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훈련, 실험, 하드웨어 개발에는 시간과 연산, 에너지, 자본이 듭니다. 그래서 AI가 ‘책상 위에서만’ 폭발적으로 똑똑해지지는 않고, 현실 세계의 병목이 계속 속도를 제한한다고 선을 긋습니다. 이 균형감이 좋습니다. 비관도 낙관도 아니고, “가능성은 열어두되 병목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자”는 입장입니다.

5. 초지능은 ‘한 천재 모델’이 아니라 ‘AI 집단’일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길도 투자 관점에서 중요합니다. 보고서는 단일 모델이 천재가 되지 않아도, 수많은 AI가 복제되고 병렬로 일하며 경험을 나누고 한 조직처럼 움직이면 그것도 초지능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상 ‘완전히 자동화된 기업’, ‘AI 연구소’ 같은 그림입니다.

이 프레임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시장의 관심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장은 “가장 똑똑한 모델은 누구인가”에 과하게 쏠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모델 하나의 성능보다 여러 AI를 어떻게 조직하고, 잘하는지 확인하고, 통제하고, 비용을 맞추느냐가 더 중요해집니다.

6. 투자자의 눈으로 본 ‘GPU 너머’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이 보고서를 투자 언어로 옮기면, 핵심은 “다음 경쟁력이 모델 자체보다, 복제 가능한 AI 노동력을 싸고 빠르게 운용하는 인프라로 옮겨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GPU 너머의 층들을 함께 봅니다.

어디까지 가격에 반영됐을까요 (제 주관적 판단) 컴퓨트 (규모 키우기) 많이 반영 합성·실세계 데이터 덜 반영 AI가 AI 연구를 돕는 도구 덜 반영 에이전트 조율·운영 덜 반영 평가·안전 인프라 덜 반영 현실(로봇·실험실) 피드백 덜 반영 정밀한 측정이 아니라 ‘서열’에 대한 제 견해입니다. 회색(컴퓨트)은 이미 많이 반영, 브라스(나머지)는 아직 덜 반영.
그림 3. 제 주관적 판단입니다. 컴퓨트는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됐고, 에이전트 운영·평가·AI 연구 자동화·현실 피드백은 아직 덜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투자 관점의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가장 큰 모델은 누가 만드나”보다, 누가 AI 연구 되먹임을 자동화하나, 누가 현실 피드백 데이터를 쌓나, 누가 여러 AI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나, 누가 평가와 안전을 자동화하나가 더 중요해집니다.

한국 시장이라면, 직접 거대 모델을 만들기보다 다음 축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규모 키우기의 물리 병목을 받치는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그 안의 HBM·패키징·장비·기판, 현실 피드백을 쌓을 수 있는 로보틱스·제조 자동화, 여러 AI를 굴리는 에이전트 업무 자동화, 그리고 AI가 실제로 행동할 때 필수가 되는 보안·권한·기록(감사) 인프라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이 보고서 자체는 “초지능이 곧 온다”는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저자들도 불확실성이 높고 각 병목의 영향은 열린 질문이라고 거듭 말합니다. 그러니 “AI 더 간다”로 단순화할 게 아니라, 어느 병목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고 어느 병목이 아직 덜 반영됐는지를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7. 정리하며

이 보고서는 충격적인 신기술 발표라기보다, AI를 보는 시선을 ‘AGI 이전’에서 ‘AGI 이후’로 옮기는 전략 문서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제가 전에 정리했던 생각과도 통합니다. 다음 수익은 더 큰 모델 하나가 아니라, AI가 행동하고 그 결과를 확인해 다시 배우는 구조, 그리고 그것을 떠받치는 인프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 생각은 ‘더 큰 모델이 답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글과 이어집니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AGI는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고, 다음 기회는 컴퓨트·데이터·에이전트·연구 자동화·평가·현실 피드백을 묶는 인프라에 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보고서에 제 해석을 얹은 것이라, 하나의 시각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정보 공유이자 제 개인적인 생각이며, 특정 회사나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보고서 내용은 아래 원문 기준이며, 해석에서 생기는 오류가 있다면 저의 몫입니다.

참고

YS-VC | Founder Intake Desk — Interv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