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AI는 생산성을 올리는데 통계엔 왜 아직 안 보일까: 연구 4편으로 읽은 'AI 생산성의 간극'
요즘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나는 이것입니다. AI는 정말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올리고 있나요. 일터에서 써 본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나라 전체의 생산성 통계를 보면 아직 그 효과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 두 장면 사이의 거리가 지금 AI 경제학의 핵심 쟁점입니다.
오늘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연구 네 편을 함께 읽어 보려 합니다. 한 편은 일터 한복판을 들여다본 미시 연구이고, 나머지 세 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거시 보고서입니다. 네 편을 겹쳐 놓으면 "간극"의 정체가 꽤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처음 보시는 분도 따라오실 수 있게 풀어 적겠습니다. (생산성은 쉽게 말해 한 사람이 한 시간 일해 만들어 내는 산출의 양입니다.)
일터에서는 분명히 오른다
먼저 미시 증거입니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대니엘 리, 린지 레이먼드의 Generative AI at Work는 한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의 고객지원 상담원 5,000여 명을 들여다봤습니다. 상담원이 채팅으로 고객 문의를 처리할 때, 생성형 AI 도우미가 실시간으로 답변 초안과 사내 문서 링크를 제안해 주는 환경을 2020년부터 약 1년간 관찰한 것입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AI 도우미를 쓴 상담원은 시간당 처리 건수가 평균 약 15% 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누가 더 많이 올랐느냐입니다. 경력이 짧고 숙련도가 낮은 상담원에게서 효과가 가장 컸고(신입·저숙련 그룹은 약 30% 이상), 이미 잘하던 베테랑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논문은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AI를 쓴 경력 2개월 상담원이, AI 없이 일한 경력 6개월 상담원만큼 일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이 짚은 작동 원리가 핵심입니다. 이 AI는 성과가 좋은 상담원들의 대화를 학습해, 말로 옮기기 어려운 그들의 요령(까다로운 고객을 달래는 법,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법)을 다른 상담원에게 실시간으로 전수했습니다. 잘하는 사람의 암묵적 지식을 모두에게 퍼뜨린 셈입니다. 게다가 AI가 잠시 멈춘 시간을 분석해 보니, AI를 오래 써 온 사람은 AI가 없을 때도 더 잘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베껴 쓴 게 아니라 실제로 배운 것입니다. 고객 만족도도 올라갔고, 상담원이 관리자에게 항의받는 일은 약 25% 줄었으며, 신입의 이탈도 감소했습니다.
이 결과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컴퓨터·정보기술은 대체로 고숙련자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는데(그래서 격차를 벌렸는데), 여기서는 반대로 저숙련자를 끌어올려 격차를 좁혔습니다. 다만 저자들은 단서를 분명히 답니다. 이건 한 회사, 한 직무, 한 종류의 AI에서 본 결과이고, 임금이나 전체 고용은 관찰하지 못했으며, 길게 보면 회사가 인력을 줄이거나 목표치를 올리는 식으로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시 통계에는 아직 흐릿하다
그럼 이 효과가 나라 전체 통계에도 보일까요. 캔자스시티 연준의 A New U.S. Productivity Chapter?가 이 질문을 다룹니다.
먼저 좋은 소식입니다. 미국 노동생산성은 실제로 빨라졌습니다. 2010년대 연평균 1.1%로 미국 역사상 가장 더딘 10년을 보낸 뒤, 최근 경기사이클에서는 연 2.1%로 올라섰고, 2023년 중반부터 2024년 가을까지는 평균 2.6%로 팬데믹 직전 10년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더구나 생산성이 팬데믹 이전 추세선 위로 눈에 띄게 올라선 시점이 2022년 3분기 무렵으로,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상업적으로 등장한 때와 맞물립니다.
그런데 산업별로 뜯어보면 이야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이 상승은 경제 전반에 고르게 퍼진 게 아니라 소수 산업에 몰려 있습니다. 정보 산업(특히 데이터 처리·호스팅과 출판 쪽)과 전문·기술 서비스(컴퓨터 시스템 설계), 그리고 광업이 대부분을 끌어올렸고, 운송·유틸리티·건설은 오히려 뒤처졌습니다. 결정적으로, AI를 많이 도입한 산업일수록 생산성이 빠른 양의 상관관계는 확인됐지만, AI 도입이 전체 생산성 가속을 설명하는 몫은 아직 작았습니다. 저자들의 결론은 조건부 낙관입니다. 새 챕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는 있으나, 아직 광범위하지 않고 AI가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며, 확산이 더 이뤄져야 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차는 처음이 아니다
미시에선 분명한 효과가 거시 통계에선 흐릿한 이 간극,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메리 데일리가 쓴 경제 레터 The AI Moment?가 좋은 틀을 줍니다.
데일리는 AI를 범용기술(GPT, 경제 전반에 두루 스며드는 기반 기술)로 봅니다. 그리고 범용기술은 늘 통계에 늦게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전기를 예로 듭니다. 패러데이가 전류를 만든 1830년부터 전기가 실제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기까지 거의 100년이 걸렸습니다. 전구와 전동기를 넘어, 공장 전체의 배치와 작업 방식을 새로 짜고 나서야 효과가 통계에 잡혔습니다. 데일리는 1990년대 컴퓨터·인터넷 붐도 같은 길을 걸었다고 회고합니다. 기업은 한창 투자하는데 공식 생산성 통계는 한동안 잠잠했고, 당시 그린스펀 의장은 통계가 현실을 덜 잡아내고 있을 뿐이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생산성 도약은 시차를 두고 통계에 나타났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생산성 역설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데일리의 입장은 "AI가 효과가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나타나느냐"입니다. 미시 증거는 부정할 수 없지만 거시 데이터는 아직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강조하는 구분이 인상적입니다. 한 단계를 자동화하는 것과 일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은 다르며, 진짜 생산성 도약은 후자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대출 심사에서 서류 검토 한 단계만 AI로 빠르게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 업무 흐름 전체를 새로 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립니다. 데일리가 인용한 비관론(아세모글루)은 AI가 10년에 걸쳐 총요소생산성을 약 0.66%, GDP를 1% 남짓 올리는 정도로 봅니다. 반면 낙관론(골드만삭스)은 생성형 AI가 세계 GDP를 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사이 어디쯤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데일리는 답을 정하지 않고, 정책당국이 따라야 할 태도를 제시합니다. 총량 통계만 기다리지 말고 잘게 쪼갠 데이터를 보라, 미시와 거시가 어긋나는 지점을 찾아라, 기업에 직접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같은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후속 분석은, 2025년 말 기준 노동생산성이 고성장 국면일 확률은 약 57%인데 총요소생산성이 고성장 국면일 확률은 21%에 그친다고 봤습니다. 결판은 아직 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도입은 어디까지 왔나
간극을 이해하는 마지막 조각은 "그래서 AI를 실제로 얼마나 쓰고 있나"입니다. 연준 이사회의 Monitoring AI Adoption in the US Economy가 여러 조사를 교차해 이를 추적합니다.
숫자는 보기보다 까다롭습니다.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계국 조사에서는 2025년 말 기준 약 18%의 기업이 AI를 쓴다고 답했습니다(다만 이 조사는 질문 문구를 넓히면서 시계열이 한 번 끊겼다는 점을 저자도 단서로 답니다). 반면 노동자에게 물으면 생성형 AI를 업무에 쓴다는 비율이 2024년 여름 약 33%에서 2025년 말 약 41%로 올랐고, 2026년 초에는 43%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고용 규모로 가중하면, 미국 노동력의 약 78%가 'AI를 쓰는 회사'에 속해 있습니다. 기업 수로 보면 18%, 일하는 사람 수로 보면 훨씬 높다는 이 차이가 핵심입니다. 큰 회사가 먼저, 더 많이 도입하기 때문입니다.
산업별로도 쏠려 있습니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약 33%)와 금융·보험(약 30%)이 앞서고, 농업·운송·건설·숙박은 10%에 못 미칩니다. 한편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다섯 곳이 2025년에만 AI 인프라에 약 4,120억 달러(미국 GDP의 1.3% 안팎)를 투자했습니다. 막대한 돈이 먼저 들어가고 있는데, 그 산출이 아직 경제 통계에 또렷이 잡히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요컨대 도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초기이고, 인지·분석 업무가 많은 고부가 서비스에 집중돼 있습니다.
네 조각을 맞추면
이제 그림이 맞춰집니다. 일터에서 AI는 분명히 생산성을 올립니다(브린욜프슨). 미국 생산성도 실제로 빨라졌고 그 시점이 생성형 AI 등장과 겹칩니다(캔자스시티 연준). 다만 그 상승은 아직 소수 산업에 몰려 있고 AI가 주범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릅니다. 이 시차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범용기술이 늘 거쳐 온 과정입니다(샌프란시스코 연준). 그리고 도입 자체가 아직 초기 확산 단계라, 효과가 경제 전체로 번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연준 이사회).
한마디로, 지금은 투자와 미시 효과가 먼저 솟고 측정된 생산성이 시차를 두고 따라오는 구간, 앞의 도식이 보여준 그 간극 위에 서 있습니다. 비관론과 낙관론의 거리가 여전히 크다는 건, 이 간극이 어느 쪽으로 닫힐지가 아직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창업자·투자자라면
제가 이 네 편에서 가져가는 함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치는 일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거시 통계가 잠잠하다고 효과가 없는 게 아닙니다. 브린욜프슨의 결과처럼 효과는 직무와 작업 수준에서 먼저 또렷합니다. 그래서 창업자라면 "AI로 회사가 좋아졌나"라는 막연한 질문보다, 어떤 작업에서 시간이 몇 % 줄었고 품질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숫자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투자자가 믿을 수 있는 증거입니다.
둘째, 자동화가 아니라 재설계를 한 곳이 결국 앞섭니다. 데일리의 구분이 투자 관점에서 가장 쓸모 있습니다. 한 단계만 빠르게 만든 회사보다, 업무 흐름 전체를 AI 위에서 다시 짠 회사가 진짜 도약을 만듭니다. 도구를 붙였는지가 아니라 일하는 구조를 바꿨는지를 봐야 합니다.
셋째, 시차를 견디는 자본이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가 먼저 솟고 측정된 산출이 뒤따르는 J자 모양은, 한동안 "돈은 쓰는데 성과는 안 보이는" 구간을 동반합니다. 1990년대에도 그랬습니다. 이 구간을 조급하게 읽으면 가장 좋은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비관론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어느 산업에서 도입률과 생산성이 함께 올라가는지, 효과가 소수 산업을 넘어 번지기 시작하는지를 꾸준히 지켜보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흥미롭게도 AI는 저숙련자를 더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어, 인력 채용과 교육의 셈법도 바꿀 수 있습니다.
한 줄 요약
일터의 AI는 생산성을 분명히 올리지만, 그 효과가 나라 전체 통계로 번지기까지는 시차가 있습니다. 이 시차는 전기와 컴퓨터가 그랬듯 범용기술이 거치는 정상적인 과정이고, 지금 미국은 도입이 빠르게 늘되 아직 초기인 구간에 있습니다. 제가 가져가는 한 가지는 이렇습니다. AI의 경제적 성과는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번지느냐"의 문제이며, 그 간극을 이해하고 견디는 쪽이 다음 국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연구 네 편을 바탕으로 제 관점을 더해 정리한 것으로, 특정 종목이나 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니라 정보 공유 차원의 글입니다. 인용한 수치는 각 보고서의 발표값이며, 일부는 추정·잠정치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