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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폴드의 존 점퍼가 앤트로픽으로 갑니다: 'AI for Science'는 어떻게 다음 전선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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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9일, 한 사람의 이직 소식이 AI 업계를 흔들었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50년 묵은 난제를 푼 알파폴드(AlphaFold)를 이끌었고 그 공로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점퍼(John Jumper)가, 약 9년을 머문 구글 딥마인드를 떠나 앤트로픽으로 옮긴다고 밝힌 것입니다. 블룸버그와 CNBC, 로이터가 동시에 보도했습니다.

한 사람의 이직이 왜 중요할까요. 그것이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AI 인재 전쟁의 전선이 범용 인공지능과 안전성 논쟁에서, 이제 AI for Science, 곧 과학을 가속하는 AI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신호를 출발점 삼아 넓고 깊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AI for Science가 7년 만에 어떻게 진화했는지, 어떤 논문이 무엇을 증명했는지, 빅테크와 스타트업은 어디에 베팅하고 VC 자금은 어디로 흐르는지, 인재는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리고 아직 넘지 못한 벽은 무엇인지입니다.

알파폴드의 아버지가 앤트로픽으로

먼저 이 뉴스 자체를 봅니다. 점퍼는 딥마인드에서 부사장이자 엔지니어링 펠로로, 알파폴드2의 공동 창조자였습니다. 알파폴드는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무료로 공개했고, 전 세계 수백만 연구자가 씁니다. 그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앤트로픽에 합류한다고 했습니다. 앤트로픽에서 맡을 정확한 직함은 회사가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보도들은 고위 과학 리더 급으로 전합니다.

이 이동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앤트로픽이 최근 과학 인프라를 빠르게 쌓아 왔기 때문입니다. 2025년 10월 Claude for Life Sciences를 출시했고, Benchling과 10x Genomics 같은 생명과학 도구를 연결했으며, 2026년 2월에는 앨런 연구소,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HHMI)와 손잡았습니다. 웻랩을 짓고 생물학자를 채용하며, 6월 말 과학 전용 행사도 예고했습니다.

흥미로운 맥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알파폴드2 출신 사이먼 콜이 세운 단백질 설계 스타트업 Latent Labs에 개인 투자자로 참여해 왔습니다. 알파폴드 계보의 인재에 앤트로픽이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흐름 위에, 그 정점인 점퍼가 합류한 셈입니다. 한 사람의 이직이 아니라, 과학을 향한 전략적 베팅의 일부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재 전쟁: 알파폴드 계보의 이동Google DeepMind알파폴드 팀Anthropic존 점퍼 (노벨상·AF2 리드), 2026.6Latent Labs사이먼 콜 (AF2 시니어)Periodic Labs쿠북 (GNoME) + 페더스 (전 OpenAI)노벨상 수상자까지 빠져나가는 흐름. OpenAI 출신도 Periodic·Chai 등으로 합류 중입니다.
딥마인드 알파폴드 계보의 인재들이 앤트로픽과 신생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존 점퍼의 이직은 AI for Science가 인재 전쟁의 새 전선이 됐음을 상징합니다.

7년의 궤적: 예측에서 자율 발견으로

점퍼의 이직이 왜 그렇게 큰 사건인지 이해하려면, AI for Science가 지난 7년간 어디까지 왔는지를 봐야 합니다. 크게 세 단계로 진화했습니다.

7년의 궤적: 예측에서 자율 발견으로1단계 · 2018~2022좁은 전문화 모델[ 예측 ]· 알파폴드 1·2· 핵융합 플라즈마 제어한 과제에 특화,실험 횟수를 줄인다2단계 · 2022~2024과학 파운데이션 모델[ 설계·생성 ]· GNoME (소재)· RFdiffusion (단백질)· 알파폴드 3 · ESM3새 분자·소재를 만든다3단계 · 2024~2026자율 발견[ 스스로 가설·실험 ]· AlphaEvolve· AI co-scientist· FutureHouse가설·실험까지 닫는다20182026
AI for Science는 한 과제에 특화된 예측 모델에서, 새 분자와 소재를 만드는 생성형 과학 파운데이션 모델로, 다시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는 자율 발견 시스템으로 진화했습니다.

1단계는 좁은 전문화 모델입니다. 2018년 알파폴드1이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 CASP13에서 처음 두각을 보였고, 2021년 알파폴드2는 백본 정확도 중앙값 약 0.96 옹스트롬으로 실험 수준에 필적하며 문제를 사실상 풀었습니다. 같은 시기 딥마인드는 핵융합 토카막의 플라즈마를 강화학습으로 실시간 제어하며, AI가 시뮬레이션을 넘어 실세계 물리 실험을 다룰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2단계는 과학 파운데이션 모델입니다. 핵심 전환은 예측에서 생성으로, 그리고 한 과제에서 여러 도메인으로의 확장입니다. 딥마인드의 GNoME은 220만 개 결정 구조를 식별해 그중 38만여 개를 신규 안정 소재 후보로 제시했고, 베이커 연구소의 RFdiffusion은 자연에 없는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했습니다. 2024년 알파폴드3는 단백질만이 아니라 DNA, RNA, 소분자가 얽힌 복합체까지 예측 범위를 넓혔고, EvolutionaryScale의 ESM3는 자연 진화로는 5억 년이 걸릴 거리의 새로운 형광 단백질을 만들어 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atterGen과 Aurora는 소재와 지구 시스템에서 같은 생성형 접근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024년, 이 흐름의 주역인 하사비스, 점퍼, 베이커가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3단계는 자율 발견입니다. 이제 AI는 답을 예측하거나 분자를 설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며 결과를 분석하는 루프를 닫으려 합니다. 딥마인드의 AlphaEvolve는 알고리즘을 자동으로 진화시켜 수학 미해결 문제 일부를 개선했고, AI co-scientist는 한 연구진이 10년에 걸쳐 도달한 항생제 내성 가설을 독자적으로 재현했다고 보고됐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다룬 NVIDIA ENPIRE의 자율 로봇 연구실, 그리고 합성 소비자 조사의 시뮬레이션 흐름과도 한 줄기로 이어집니다.

핵심 논문이 증명한 것

세 단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두 번의 전환입니다. 예측에서 설계로, 그리고 설계에서 자율 발견으로입니다.

예측의 정점은 알파폴드입니다. 그 의미는 정확도 숫자보다,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를 무료로 풀어 전 세계 연구의 기본 인프라가 됐다는 데 있습니다. 신약 개발과 효소 공학, 질병 연구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설계의 의미는 다릅니다. RFdiffusion과 ESM3가 보여 준 것은, AI가 자연에 이미 있는 것을 맞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수만 번의 실험이 필요하던 단백질 설계가 한두 번으로 줄고, 5억 년의 진화 거리를 건너뛴 단백질이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소재 쪽에서는 GNoME과 MatterGen이 원하는 물성을 입력하면 새 결정 구조를 제안하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다만 GNoME이 제시한 수십만 후보의 데이터 품질을 두고 일부 학계에서 중복 구조 논란이 제기된 점은 함께 기억해 둘 만합니다.

자율 발견은 아직 증명 중입니다. AI co-scientist의 48시간 가설 재현이나 FutureHouse의 문헌 종합 도구는 인상적이지만, 뒤에서 보듯 한계도 또렷합니다. 핵심은 무대가 답을 내는 데서, 질문을 던지고 검증하는 데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빅테크의 베팅

이 흐름에 빅테크가 전면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딥마인드는 신약 개발 자회사 Isomorphic Labs로 별도 베팅을 키웁니다. 2025년 3월 6억 달러를 모은 데 이어 2026년 5월 21억 달러를 추가해 누적 약 26억 달러를 조달했고, 일라이 릴리와 노바티스에 이어 존슨앤드존슨과도 협력합니다. 첫 AI 설계 항암제의 임상 1상 진입을 2026년 말 목표로 내세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4Science 팀에서 소재 생성 모델 MatterGen과 지구 시스템 모델 Aurora를 냈고, OpenAI는 GPT-5 계열로 과학 가속 사례를 발표하며 한 바이오 협력에서 분자 클로닝 효율을 수십 배 높였다고 밝혔습니다. OpenAI의 케빈 와일은 2026년이 과학에서 2025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같은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메타에서 갈라져 나온 EvolutionaryScale는 ESM3로 단백질 언어 모델을 끌고 가고, NVIDIA는 BioNeMo 플랫폼과 함께 일라이 릴리와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공동 AI 랩을 세웁니다. 그리고 앞서 본 앤트로픽이 Claude for Life Sciences와 점퍼 영입으로 합류했습니다. 프런티어 AI 회사 거의 전부가 과학을 다음 격전지로 지목한 셈입니다.

스타트업과 VC 자금

스타트업과 자금의 지도는 더 역동적입니다.

AI-for-Science 지형과 자금 (보도 기준)단백질·신약Isomorphic Labs누적 약 26억 달러Chai Discovery평가액 약 13억 달러Xaira시리즈A 10억 달러EvolutionaryScale시드 1.42억 달러소재·물리 과학Periodic Labs시드 3억 달러Lila Sciences누적 약 5.5억 달러MicrosoftMatterGen·Aurora자율 발견·플랫폼FutureHouse·Edison영리 분사 7천만 달러Latent Labs사이먼 콜 · 5천만 달러Cradle누적 1억 달러+주요 VC: a16z Bio+Health · Thrive · ARCH · Flagship · Lux · NVIDIA NVentures · General Catalyst
AI-for-Science 스타트업과 자금 지형입니다. 단백질·신약, 소재·물리 과학, 자율 발견 플랫폼으로 갈리며, 금액은 모두 보도 기준입니다. 노벨상과 빅테크 출신 창업자가 주도하고, 거대 VC가 빠르게 따라붙고 있습니다.

지형을 보면 창업자의 면면이 인상적입니다. Latent Labs는 알파폴드2 출신 사이먼 콜이, Periodic Labs는 전 OpenAI 리서치 부사장 리암 페더스와 GNoME 소재 발견에 참여한 전 딥마인드 연구자 에킨 도우스 쿠북이 세웠습니다. 모더나의 모회사 플래그십이 키운 Lila Sciences는 누적 약 5.5억 달러를 모으며 과학적 초지능이라는 야심 찬 표현을 내걸었습니다. 다만 이 표현은 회사의 비전이지 검증된 성취는 아니라는 점은 분리해 봐야 합니다.

VC 자금의 논리는 명료합니다. 알파폴드와 ESM3로 단백질 예측이 사실상 풀리면서 토대가 마련됐고, 생성형 AI가 분자와 소재의 설계로 옮겨갔으며, 로보틱스와 자율 실험실이 설계에서 검증까지의 루프를 짧게 만듭니다. 동시에 빅파마는 특허 절벽과 연구개발 생산성 위기에 몰려 외부 AI 솔루션을 절실히 찾습니다. 그래서 a16z의 바이오 부문, Thrive, ARCH, 플래그십, Lux, 그리고 NVIDIA의 벤처 부문까지 이 영역에 몰립니다. 2024년 바이오파마 벤처 투자만 260억 달러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넘지 못한 벽

그러나 냉정함이 필요합니다. AI for Science는 특정 영역에서 분명히 혁명적이지만, 모든 것을 푼 것은 아닙니다.

성숙도 점검: 해결된 것과 못 넘은 벽해결되고 있는 것· 단백질 구조 예측 (알파폴드)· 새 단백질·소재 설계·생성· 일부 기상·지구 시스템 예측· 문헌 종합·가설 보조· 실험 횟수·시간의 단축아직 못 넘은 벽· 진짜 새로운 과학 (예측 ≠ 이해)· 재현성 (에이전트는 확률적)· 사이비과학 걸러내기 실패· AI 단독 설계 신약 FDA 승인 0건· 컴퓨팅·데이터의 심한 집중예: AI 과학자 실험의 상당수가 코딩 오류·결과 날조; 사이비과학 거부율 거의 0%
구조 예측과 분자·소재 설계, 문헌 종합처럼 잘 풀리는 영역이 있는 한편, 진짜 새로운 과학과 재현성, 사이비과학 걸러내기, 실제 임상 승인에서는 벽이 또렷합니다. 예측을 잘한다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자율 발견의 약점이 특히 큽니다. 한 평가에서 Sakana의 AI 과학자는 실험의 상당수가 코딩 오류로 실패하거나 수치 결과를 날조했고, 마감에 쫓기는 신입생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2026년 6월 공개된 PseudoBench에서는 최첨단 에이전트들이 사이비과학 주장을 거의 걸러 내지 못했고, 오히려 더 강한 모델일수록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해 신뢰도를 높이는 역설을 보였습니다. 예측 성능이 곧 과학적 이해를 뜻하지 않는다는 비판, 트랜스포머가 행성 궤도를 잘 맞혀도 뉴턴 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입니다.

산업의 현실도 냉정합니다. 화려한 자금과 모델에도, 2026년 기준 끝에서 끝까지 AI가 설계한 신약 중 FDA 승인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분석가들은 첫 승인을 2027년에서 2028년 사이로 봅니다. 컴퓨팅과 데이터가 소수 기관에 쏠리면서 과학의 민주화가 아니라 집중을 부른다는 구조적 우려도 있습니다.

투자자의 눈, 그리고 한국

투자자의 시선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 for Science는 거대한 가치 풀이 맞지만, 가치가 쌓이는 자리가 분명히 갈립니다. 단순히 좋은 모델을 가진 곳이 아니라, 권위 있는 과학 데이터와 검증된 실험 환경, 그리고 설계에서 검증까지 닫는 자율 실험실을 함께 쥔 곳이 오래갑니다. 이 블로그에서 거듭 말한, 모델보다 데이터와 평가와 실행 환경이 해자라는 명제가 과학에서도 반복됩니다.

좋은 회사를 가르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그 회사가 독점적이고 고품질인 과학 데이터를 확보하는가, 성능을 자체 주장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실험과 임상으로 증명하는가, 설계를 실제 검증으로 잇는 루프를 가졌는가, 그리고 규제와 임상이라는 긴 길을 현실적으로 설계했는가입니다. 반대로 벤치마크 점수 하나로 과학을 풀었다고 말하거나, 자율 과학자라는 서사로 검증의 공백을 가리는 곳은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의 자리도 짚어야 합니다. 한국은 알파폴드급 과학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진 플레이어가 아직 없습니다. 영상 진단 같은 일부 의료 AI에서는 강하지만, 단백질과 소재, 자율 발견 영역의 토대 모델은 비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AI 신약과 단백질 설계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글로벌 토대 모델과 자금 규모의 격차는 큽니다. 그래서 한국의 현실적 기회는 토대 모델을 직접 만드는 정면 승부보다, 한국이 강한 특정 데이터와 제조 역량, 그리고 자율 실험실과 검증 인프라처럼 실행 계층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에 가깝습니다.

맺으며

존 점퍼의 이직은 한 사람의 경력 변화가 아니라, 시대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신호입니다. 지난 10년의 AI가 언어와 이미지를 정복했다면, 다음 10년의 가장 큰 약속은 과학 그 자체를 가속하는 데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안전을 표방하는 AI 회사로 가는 그림은, 그 약속이 더 이상 연구실의 꿈이 아니라 산업과 자본의 한복판으로 들어왔음을 보여 줍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분별은 이것입니다. AI는 이미 단백질 구조를 풀고 새 분자를 설계하지만, 스스로 진짜 새로운 과학을 안전하고 재현 가능하게 해내는 일은 아직 증명 중입니다. 그 사이의 거리를, 정직하게 좁혀 가는 사람과 회사가 결국 이 거대한 흐름에서 가장 멀리 갈 것입니다.

YS-VC | Founder Intake Desk — Interv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