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는 SaaS를 없애는 게 아니라, 사고파는 방식을 바꿉니다
AI 에이전트가 SaaS를 없앨 것이라는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소프트웨어의 소멸’보다 ‘소프트웨어를 사고파는 방식의 전환’에 가깝습니다.
전통적인 SaaS는 사람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구와 접근권을 제공합니다. 기업은 직원 수에 맞춰 좌석을 사고, 기능과 사용량을 관리합니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외부 시스템을 조회하고 여러 단계를 연결해 업무를 끝내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때 고객이 사는 것은 기능 목록이 아니라 완료된 업무와 그 결과에 가까워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소프트웨어가 곧 결과 기반 서비스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 결과를 어떻게 정의할지, 실패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에이전트에 어디까지 권한을 줄지, 업무 과정에서 쌓이는 학습 자산을 누가 소유할지에 대한 답이 먼저 필요합니다.
좌석에서 완료된 업무로 가치 단위가 이동합니다
기존 SaaS의 대표적인 가격 단위는 사용자 좌석입니다. 사용자 한 명이 제품에 접속해 기능을 활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이 전제를 흔듭니다. 한 명이 여러 에이전트를 지휘하거나, 사람의 직접 조작 없이 에이전트가 정해진 업무를 반복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eloitte의 2026년 회계 해설은 에이전트형 SaaS 계약을 두 가지 약속으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일정 기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대기형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정해진 수량의 성공 결과를 제공하는 의무입니다. 후자라면 매출도 시간이 아니라 결과가 발생할 때 인식하는 구조가 가능해집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가격표 변경이 아닙니다. 공급업체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것과 “업무를 끝낸다”고 약속하는 것은 책임의 범위가 다릅니다. 고객 문의를 해결했다고 과금하려면 해결의 정의, 품질 기준, 사람 이관 여부, 취소나 재처리 가능 기간까지 계약에 들어가야 합니다.
Mayer Brown의 에이전트형 AI 계약 분석도 같은 변화를 지적합니다. 에이전트가 제안을 넘어 기업을 대신해 행동할수록 계약은 전통적인 SaaS보다 업무 아웃소싱에 가까워집니다. 서비스 정의, 결과 중심 서비스 수준, 감사권, 데이터 소유권, 실패 책임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에이전트 시대에도 희소한 자산은 남습니다
기초 모델과 개발 도구가 보편화되면 기능 자체의 복제 속도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를 안정적으로 끝내는 데 필요한 자산까지 쉽게 복제되지는 않습니다.
첫째는 업무 과정과 예외 데이터입니다. 표준 절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외 상황에서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런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쌓여야 에이전트의 판단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둘째는 실행 권한입니다. 답변 초안을 만드는 것과 환불을 승인하고, 계약 정보를 바꾸고, 외부 시스템에 주문을 넣는 것은 전혀 다른 수준의 신뢰를 요구합니다. 접근 통제, 승인 한도, 감사 로그, 즉시 중단 장치가 갖춰져야 권한이 확대됩니다.
셋째는 기록 시스템입니다. 고객, 거래, 재고, 회계, 계약처럼 기업 활동의 기준 기록을 보유한 시스템은 에이전트가 사실을 확인하고 결과를 남기는 출발점이 됩니다. 에이전트가 인터페이스를 바꾸더라도 정확한 원장과 권한 체계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넷째는 호출되는 위치입니다. 업무가 시작될 때 기본적으로 선택되는 도구, 다른 에이전트가 먼저 연결하는 서비스, 기업의 표준 절차 안에 포함된 제품은 반복적으로 업무를 얻습니다. 앞으로의 배포력은 사람이 아이콘을 클릭하는 빈도뿐 아니라 다른 시스템과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호출하는 빈도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결과 기반 과금은 가격 책정이 아니라 위험 인수입니다
좌석 기반 SaaS에서는 사용량이 낮거나 업무가 실패해도 구독료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 기반 과금에서는 공급업체가 실패와 변동성의 일부를 직접 부담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높은 자동화율이 아니라 수용 가능한 결과를 낸 뒤 남는 기여이익입니다.
완료 업무 1건당 기여이익 = 결과 매출 - 추론·도구 비용 - 사람 검수 비용 - 실패·환불·재처리 비용
예외가 늘면 사람 검수와 재처리 비용이 함께 올라갑니다. 단순한 업무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이더라도 드문 예외가 비싸거나 위험하면 경제성은 빠르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공급업체는 업무 난이도와 실패 확률을 예측하고 가격에 반영해야 하고, 고객은 성공 건수만이 아니라 사람 이관률, 재작업률, 취소율, 감사 실패율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과의 정의도 중요합니다. 고객이 답변을 받은 순간을 해결로 볼지, 일정 기간 이의 제기가 없을 때 해결로 볼지에 따라 숫자는 달라집니다. 결과 기반 과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양측이 성공 조건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율성은 한 번에 주는 기능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쌓는 신뢰입니다
에이전트 도입은 ‘사람이 하던 일을 전부 자동화한다’는 목표로 시작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책임과 복구 가능성을 기준으로 권한을 단계적으로 넓히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첫 단계에서는 에이전트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승인합니다. 다음에는 요청을 분류하고 담당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다음에는 여러 시스템과 사람 사이의 절차를 조율합니다. 마지막으로 금액, 대상, 기간, 정책 범위를 제한한 상태에서 일부 업무를 자동 실행합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정확도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무엇을 실행했는지 확인할 로그, 고위험 행동 전 승인 절차, 확신이 낮을 때 사람에게 넘기는 기준, 잘못된 실행을 되돌리거나 보상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자율성은 모델 성능만의 속성이 아니라 운영 체계가 허용한 권한의 결과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좁고 자주 발생하며 완료 조건이 명확한 업무가 좋은 출발점입니다. 기존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고, 반복되는 예외에서 배울 수 있으며, 지연이나 오류의 비용을 측정할 수 있다면 성능과 경제성을 함께 검증하기 쉽습니다.
‘모델 학습에 쓰이지 않는다’와 ‘학습 자산을 통제한다’는 다른 말입니다
기업용 AI를 논할 때 고객 데이터가 모두 외부 모델 학습에 흘러간다는 식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OpenAI의 기업 데이터 정책은 기업용 제품과 API의 입력·출력을 기본적으로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Microsoft 365 Copilot의 기업 데이터 보호 문서도 프롬프트, 응답, Microsoft Graph 데이터가 기반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으며 기존 권한과 보존 정책이 적용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기반 모델 학습 제외’만 확인하면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AI를 운영하면서 만드는 자산은 원문 데이터보다 넓습니다. 좋은 답과 나쁜 답을 구분한 평가셋, 사람의 교정 기록, 업무별 지시문, 도구 연결 방식, 예외 처리 규칙, 에이전트의 기억, 성능 측정 결과가 모두 포함됩니다.
이 자산이 특정 공급업체에만 남으면 모델을 바꾸거나 시스템을 내부로 옮길 때 성능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이 구조화해 보유하고 이동할 수 있다면 여러 모델과 제품을 비교하면서도 운영 지식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과 기술 검토에서는 학습 사용 여부 외에도 보관 기간, 삭제 절차, 감사 로그, 제3자 처리업체, 선택형 피드백, 파생 데이터의 범위, 평가 기록과 설정의 내보내기 가능성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핵심은 데이터가 ‘새어 나가는가’라는 한 문장이 아니라, 업무를 통해 생긴 학습 루프를 누가 통제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기업은 구축·구독·외주를 업무별로 조합해야 합니다
에이전트 도입 전략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들거나 모두 외부 제품에 맡기는 양자택일이 아닙니다. 업무 빈도, 민감도, 차별화 가치, 실패 비용에 따라 방식을 나누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 업무 특성 | 적합한 접근 | 확인할 조건 |
|---|---|---|
| 자주 발생하고 핵심 노하우와 민감정보를 포함 | 내부 통제형 구축 또는 자체 오케스트레이션 | 평가셋 소유, 권한 분리, 모델 교체, 감사·복구 |
| 자주 발생하지만 범용 생산성에 가까움 | 기업용 구독 또는 API | 총사용비용, 데이터 정책, 관리자 통제, 내보내기 |
| 드물게 발생하고 전문성이 필요함 | 외부 전문가와 도구 활용 | 산출물 권리, 데이터 재사용 금지, 삭제, 책임 범위 |
| 완료 조건이 불명확하고 실패 비용이 큼 | 사람 중심 운영에 AI 보조 | 승인 절차, 이관 기준, 설명 가능성, 책임자 지정 |
직접 구축은 통제력을 높일 수 있지만 통합, 보안, 평가, 운영 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합니다. 구독은 도입이 빠르지만 가격과 기능, 데이터 이동성이 공급업체 정책에 좌우될 수 있습니다. 외주는 희소한 전문성을 활용하기 좋지만 내부에 학습이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조합은 회사마다 다르며, 같은 회사 안에서도 업무별로 달라집니다.
공급업체와 구매자가 함께 물어야 할 질문
에이전트 제품을 평가할 때 기능 시연보다 먼저 합의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 무엇을 ‘완료된 결과’로 정의하며, 고객이 그 결과를 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인가?
- 전체 요청 중 사람에게 넘어가는 비율과 재작업률은 어느 정도인가?
- 추론, 외부 도구, 사람 검수, 실패 보상을 포함한 업무 1건당 총비용은 얼마인가?
- 에이전트가 접근하고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금액, 데이터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실행 기록, 교정 데이터, 평가셋, 업무 설정을 고객이 내보내고 재사용할 수 있는가?
- 모델이나 공급업체를 바꿔도 기존 통합과 운영 지식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
- 오류가 발생했을 때 중단, 이관, 복구, 보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공급업체에는 이 질문이 제품의 경제성과 신뢰를 증명하는 기준입니다. 구매 기업에는 자동화의 편익과 종속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기준입니다.
그래도 SaaS가 사라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
첫째, 모든 결과가 명확하게 측정되지는 않습니다. 공동 작업, 전략 수립, 창의적 업무처럼 여러 사람이 장기간 기여하는 영역에서는 특정 에이전트가 만든 가치를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업무에서는 좌석, 사용량, 고정 구독과 결과 과금이 함께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기록 시스템과 기존 통합은 여전히 강합니다. 기업은 에이전트의 편리한 대화 화면만으로 회계 원장, 고객 정보, 접근 권한, 규제 준수 체계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에이전트가 늘수록 믿을 수 있는 기준 기록과 감사 체계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자율 실행의 책임 문제는 아직 어렵습니다. 결과 과금은 공급업체와 고객의 이해를 맞출 수 있지만, 결과 지표를 유리하게 정의하거나 실패 비용을 계약 밖으로 밀어내는 문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복합 업무에서는 성능보다 책임 배분이 도입 속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넷째, 내부 구축도 공짜가 아닙니다. 모델 호출 비용이 낮아져도 데이터 정리, 시스템 통합, 평가, 보안, 운영 인력은 필요합니다. 차별화 가치가 낮은 업무까지 직접 만들면 통제력보다 유지비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맺으며
AI 에이전트는 SaaS를 단숨에 없애기보다 소프트웨어의 가치 단위를 바꾸고 있습니다. 접근권과 좌석을 제공하는 제품은 계속 필요하지만, 일부 업무에서는 완료된 결과와 운영 책임이 구매의 중심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이 변화에서 중요한 질문은 모델 성능만이 아닙니다. 실패와 사람 검수까지 포함해 경제성이 남는지, 에이전트에 어떤 권한을 단계적으로 줄 수 있는지, 업무를 통해 쌓인 교정·평가·예외 데이터가 누구에게 남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기업용 AI의 장기 경쟁력은 가장 많은 기능을 내놓는 데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공급업체가 반복 업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면서도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 권한, 학습 자산을 통제하고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구조에서 나옵니다. SaaS의 다음 단계는 소프트웨어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업무 수행 서비스로 다시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출처: Deloitte의 에이전트형 AI 결과 기반 과금 회계 해설, Mayer Brown의 에이전트형 AI 계약 분석, OpenAI 기업 데이터 정책, Microsoft 365 Copilot 기업 데이터 보호 문서. 각 자료는 가격·계약·데이터 처리 원칙을 설명하며, 실제 적용 범위는 개별 제품, 요금제, 계약, 지역 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의 산업 분석입니다.